개발자가 되기전 조종사 시절

CHOI·2022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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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시절

너무 늦게 공부를 시작하였고 조종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큰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는 항공 운항학과에 들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내가 조종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고3 때 3월 모의평가에 비하면 크게 성장한 점수를 받았지만 받으면서 유명한 대학교에는 진학하기는 힘들었다.

재수를 하였고 하루에 순수 공부만 13~15시간을 넘기면서 미친 듯이 공부했다. 모의평가만으로는 원하는 대학교에 가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수능 때는 모평만큼은 잘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목표 중 하나였던 군 조종사 양성으로 유명한 대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입학할 점수는 나왔다.

군 조종사 준비

한국에서 조종사가 되기 위한 방법은 크게 2가지 방향이 있다.

  1. 군 조종사가 되어 의무 복무(13~15년)를 하고 항공사에 들어간다.
  2. 개인 돈을 사용하여 비행하고 비행시간(500시간)을 채워서 항공사에 입사한다.

나는 기장과 같은 민간 항공 조종사가 되고 싶어서 2번을 택하고 싶지만 너무나 많이 들어간다(기본적으로 1억 이상은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1번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군 조종사 양성으로 유명한 대학교에 진학했다.

합격하고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군 조종사 희망 학생들은 개강 전부터 미리 학교에서 합숙했다. 그래서 개강 전부터 학교에 모여서 동기들을 만났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1차, 2차, 3차 의 과정을 통과 해야 한다.

1차 : 토익, 한국사, KIDA시험(조종관련)
2차 : 2번의 면접, 토론면접, 체력시험
3차 : 최종 평가

1차 시험

1차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개강 전부터 모인 것이다.
나는 한국사 시험은 합숙 시작전에 1급을 따 놓아서 추가적인 공부는 필요 없었고 토익은 한적이 없어서 수능 공부가 끝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바로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1차 과정 전에 있는 모든 토익 시험들은 다 지원했다. 개강 전에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강의실에 모여서 토익 공부만 했다 개강 이후에는 수업 이후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매일 5시간씩 공부를 했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학교 시험도 준비해야 했고 군 조종사 시험을 위해서 1차 시험도 준비해야 했다. 군 시험을 위해서는 대부분 토익 시험에 할당했다. 풀어본 토익책만 6권 정도는 되었다(LC,RC 포함하면 12권). 그러다 보니 점수는 자연스럽게 올랐고 800점대 후반까지 만들고 1차를 접수했다.

우리 학교에서만 20명 정도 1차 접수하였고 그중에서 나를 포함하여 5명만 1차에 붙었다.

2차 시험

2차부터는 면접과 체력시험이었다. 이때쯤 학교는 방학을 시작했지만 1차 합격한 사람들은 방학 때도 학교에 남아서 면접과 체력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면접은 일반 면접, 압박 면접, 토론 총 3개가 있었다. 매일 모의로 압박 면접을 했고 토론 연습도 하였다 모의 면접이 끝나면 체력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운동하였다.

그렇게 2차 시험이 시작되었고 2차 시험은 2박 3일 동안 공군 사관학교에서 진행되었다.

면접 하나씩 볼 때마다 너무 진이 빠지고 힘들었다. 체력 테스트도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 펴기 총 3개를 보았다. 너무너무 힘들었고 모든 시험이 끝나고 나서 너무나 후련했다.

3차

3차 시험은 1차와 2차를 합친 최종 평가로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고 나는 최종 결과만 기달려야 했다.

아쉽게 탈락

결과적으로 나는 떨어졌다. 아쉬운 건 당연했다. 그런데 후회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준비해서 그런지 후회되지 않고 다시 준비해볼 생각이 없었다. 내가 노력을 덜 하거나 조금 놀면서 했으면 후회가 되어서 다시 준비할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이 드니까 다시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조종사에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민간 조종사 준비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방법이 더 있었다. 바로 사비로 개인 시간을 채워서 조종사가 되는 방법.

그러나 이 방법은 너무나 큰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이 비행하기 위해서는 비행 교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마다 비행 교관들이 있다.
비행 교관들은 본인의 사비를 내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비행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현실적으로 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그 학교를 졸업한 소수의 몇 명 에게만 기회가 있다. 그리고 비행 교관들은 항공사에 취업이 될 때까지 교관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공석이 나지 않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이미 많은 졸업생이 있었고 교관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마침 어느 대학교에서 새로운 항공 운항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되면 비행 교관 자리도 새롭게 생기기 때문에 그 학교 졸업생이 되면 충분히 비행 교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반수를 해서 그 학교에 입학하고 민간 조종사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새롭게 신설되어서 1학년부터 받기 때문에 편입은 안 되었다)

그렇게 다시 1학년으로 다른 항공운항학과에 입학했고 마찬가지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조종했다. 하지만 이렇게 전액 장학금을 받아도 실습비는 따로 내야 했다. 당시 비행 실습비 비용만 한 학기에 700만원은 됐다. 부모님께 너무나 큰돈을 받으면서 조종을 했기 때문에 대충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비행할 때마다 휴대폰으로 녹화하고 비행이 끝나고 녹화 내용을 보면서 교관님 피드백대로 공부하였다.

그렇게 노력해서 그런가? 교관님한테 인정받고 나는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솔로 비행을 나갈 수 있었다.

솔로 비행을 끝내고 원래 조금만 더하면 자가용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나는 이미 카투사로 입대가 1년 전부터 결정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군대에 입대를 하였다.

그 이후

그렇게 군대에 들어가고 틈틈이 비행 공부도 놓치지 않고 했었고 토익도 다시 해서 910점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팬데믹이 항공 시장을 강타하여 항공사에서는 더 이상 조종사를 뽑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해외에 한국 조종사들도 국내로 들어오면서 조종사는 뽑지 않는데 대기하는 조종사는 역대 최대를 찍었다. 이렇다 보니 항공사에서 비행 중인 부기장들이 학교 교관으로 취업하는 일도 생겼다.

비행시간이 1000시간이 넘는 경력자들이 학생 교관을 하는 상황에서 1년 지날 때 마다 학생 조종사 졸업생들은 약 2000명씩 생기고 이미 항공운항학과에서 비행 공부 중인 학생들은 대부분 자퇴하거나 편입하여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나도 고민하다가 일단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기 위해서 복학을 결정하고 비행을 하려고 했는데 결정타로 비행 실습비가 한 학기에 900만원으로 올라가고 부모님의 경제 상황도 안 좋아지면서 더 이상 조종사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쉽게 군시절 포함 5년동안 준비한 조종사의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군 조종사 시험에 떨어지고 다시 준비하지 않았던 것처럼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가 되지 않는다.

조종사가 포기하게 되어 방황하다가 어렸을 때 해커가 되고 싶어 했던 것이 생각나서 문 뜻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다가 시작을 했고 백엔드가 생각보다 적성에 맞아서 잘하고 있다. 아직 취업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이 길을 계속 갈 거 같다. 가끔 길을 걷다가 하늘에서 날고 있는 비행기를 보면 뭔가 가슴이 아리긴 하지만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오늘도 개발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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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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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3일

저도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하고 개발자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 블로그를 운영중인데 나중에 한번 놀러오셔서 재밌게 얘기나눠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code-ru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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