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2일의 회고

Minji Jeong·2022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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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log를 시작하며

요즘의 나는 남은 8학점을 채우기 위해 초과학기를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26살의 나이, 아직 충분히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씩 건실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보면 게으르다가도 정신이 번쩍 드는 요즘이다. 지난 2년에 비해 수업을 훨씬 적게 들어서 몸은 편하지만, 마음에는 약간의 조급함과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원래 취준생은 다 이런건가. 그나마 '아직은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취준생 백수의 삶을 조금이나마 안정감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기술 블로그는 작년 여름 즈음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필요성을 못느끼다가, 이전에 해결했던 오류들을 기억 저편에 처박아두고 또다시 구글링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기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오류 뿐만 아니라 기술 스택같은 것들을 적어놓기 위해서도 필요했다(취업을 위해서도 맞다. 기술 블로그를 참고하는 회사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벨로그를 하기 전까지는 노션을 애용했다. 근데 이게 사실 기술 '블로그'라고 하기에는 뭐한게, 노션에다가 그날 공부한 것들을 그대로 적어놓기만 했기 때문에 블로그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감이 있다. 기술 블로그라 하면 솔직히 기술에 대해 단순하게 설명해주는 것 (다른 똑똑한 이들의 블로그로부터 긁어온 것들)뿐만 아니라 작성자 본인이 게시물을 위해 찾아보고 연구한 것들, 또는 회고에 관한 것들이 녹아들어 있어야 기술 블로그라고 할 수 있는데, 안드로이드 생초보였던 나는 그런 걸 운영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기록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노션을 선택했었다. 결론적으로 기술 '노트'가 좀 더 맞는 표현같은데, 어쨌든 나는 지금껏 이 기술 노트에 약 1년간 공부했던 안드로이드 및 연구실 인턴 활동 등을 기록해왔다.

원래는 계속 노션을 쓰려 했으나, 앞서 말했다시피 이걸 기술 블로그라고 남들에게 어필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고... 궁금한게 많아지다보니 어느순간부터 게시물에 내가 왜 궁금했는지, 결론적으로 뭘 알게 되었는지 등의 사담들을 집어넣기 시작하더라. 게시물이 점점 블로그 글 같아졌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이참에 Velog에 입주하게 되었다. Velog가 UI 깔끔하고 글쓰기도 편한 것 같다. 잘한 선택.

Velog 입주 기념(및 공부가 안되는 김에), 100세 시대에 아직 인생의 절반도 안살았지만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니까, 혼자서 이렇게 글이나 끄적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그나저나 노션의 많은 글들을 다시 옮기려면 엄청 오래걸릴 것 같다. 😂

🟢 20대 초반의 방황, 그리고 편입

나는 고등학교 때 문과를 나왔다. 사실 고등학생 때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마 대다수의 친구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긴 했는데, 막상 비실기 전형으로 미대를 가려고 하니 겁이 나더라. 그래서 그나마 미술과 가까운, 집앞 국립대의 의류학과에 수시원서를 썼었다. 간신히 최저합은 맞췄으나, 면접에서 탈락해서 고배를 마셨다.

수시는 떨어졌고, 수능 성적은 폭망해서 가고 싶던 대학은 못갔다. 성적에 맞춰서 집 근처 사립대에 입학했고, 학과는 생명/화학 관련 학과였는데(이름 말하면 네? 뭐하는 학과예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통 이렇게 설명한다), 뭐 이과니까, 다른데보다 취업은 괜찮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입학했었다.

세상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취업만 보고 입학했지만 막상 가보니 의외로 적성에 맞아서 잘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한명이길 바랬지만, 난 아니였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왜 문과를 선택했었는지 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동기들 덕에 3년동안 재밌게 다녔지만, 3학년을 마치고 4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이 쪽에서 평생 일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지더라. 이 학과를 졸업하고 취업하면 인생이 너무 불행할 것 같았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어렸던 내가 느꼈던 감정은 그랬다.

진로 고민을 하던 그 시기는 많이 암울했던 것 같다.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이 길은 내 길이 전혀 아닌 것 같고. 그런데 벌써 4학년이 되어버렸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지만 나도 그 누구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그 시기에,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는 인생을 길게 봤다. 나는 스스로가 굉장히 젊다고 생각했고(당시 22살이었다), 지금 다른길로 돌리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내 머릿속에 딱 떠오른게 '개발자' 라는 직업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미술을 했었고, 지금도 취미로 종종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 하얀 종이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차근차근 그려내고, 예쁘게 색칠해서 완성하면 성취감은 배가 된다. 나한테는 '개발' 이라는 게 마치 미술처럼 느껴졌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내가 만들고싶은 프로그램들을 창작할 수 있고, 완성했을 때 성취감도 느껴지며, 보수도 능력에 따라 받는 직업. 나한테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컴퓨터공학과로의 편입을 결심했다. 다니던 학교에 컴퓨터공학과가 있어서 전과도 가능했지만, 4학년부터 전과를 하면 2년을 더 다녀야 했고, 사립대라 학비가 비쌌을 뿐더러, 그 돈을 줄 바에는 1년을 휴학하더라도 인프라가 더 좋고 지원도 많이해주는 국립대에서 전공을 배우고 싶었다.

1년 휴학계를 낸 뒤 본격적으로 편입 공부를 시작했다. 사립대와 다르게 국립대는 토익 성적, 전적대 학점, 전공 면접을 봤기 때문에 토익 공부와 전공 공부를 병행했다. 또한 나는 비동일계였기 때문에 전공자들보다 더 불리했다. 편입은 아무래도 동일계를 더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일반화할 순 없지만 대체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다만 전공자만큼 공부했다고 어필할 수 있다면 오히려 가산점이 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고자 나름 노력했던 것 같다.

컴퓨터공학과의 주요 전공과목으로 꼽히는 이산수학, 자료구조, 컴퓨터구조, C언어 및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알고리즘도 중요한데, 그 당시 내가 지원했던 학교들은 알고리즘 과목이 3학년 과목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공부를 안했었다)을 주로 공부했었다. 처음에 C언어를 봤을 때는 진짜 외계어인줄 알았다. 컴퓨터공학과 애들은 이런걸 공부하는구나 그래도 하다보니 슬슬 눈에 익고, 나중엔 간단한 코드들을 스스로 짤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막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하면서 영혼을 갈아넣지는 않았다. 그래도 꽤나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총 4개의 학교에 지원했었다. 하나는 안갔고, 하나는 면접을 말아먹었고, 나머지 두 학교는 면접을 꽤 잘봤다. 결론적으로 그 두 학교가 붙었고, 나는 평소에 가고싶었던 집근처 국립대학에 편입하게 되었다. 고3 수시 때 날 떨어뜨렸던, 고등학교 내내 가고싶어했던, 과잠바를 입은 학생들이 부러웠던 그 대학이었다. 남들 눈에는 그저 그런 학교일 수 있어도 나에겐 정말 의미가 있는, 멋있는 학교였다. 편입에 성공했을 땐 와 나도 이제 네이버 가는거냐 개발자로서 탄탄대로를 달릴 줄만 알았다.

🔵 터닝 포인트

편입을 했다고 끝은 아니였다. 그건 나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편입을 한 학생들이 제일 먼저 하는 건 학점을 인정받는 것이다. 알다시피 나는 완전히 다른 학과에서 편입한 비동일계 학생이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겠는가.

나는 전적대에서 3학년까지 다녔음에도 비동일계 입학생이였기 때문에 학점을 많이 인정받지 못했다. 동일계 학생들이 2년동안 60학점대를 들을 때, 나는 87학점을 들어야 했다. 87학점을 2년 안에 들으려면 한학기에 22학점을 들어야 했는데, 다른과에서 온 내가 과연 22학점을 들으며 학점을 유지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아, 까짓거 반학기 더 다니면 되지 뭐 어때? 이런 마인드였다. 1년정도 다녔을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었는데, 4학년이 되고 남들 8학점 10학점 들으면서 취준할 때 난 20학점 21학점씩 들었다. 취준은 무슨, 학점 유지하기도 버거웠다(이때 한 10분정도 편입한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코로나가 시작할 때쯤 입학했어서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집에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쯤 학과 홈페이지에 학부 연구생 모집 공고가 떴었는데, 대학원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이 때 아니면 연구실 생활을 평생 못 해볼 것 같기도 했고, 학부 수준보다 더 깊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학과는 대학원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딱히 없는지 스무스하게 학부 연구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집 공고는 3개월 동안만 하는거랬는데, 거의 1년 하다 나왔다.

연구실에선 컴퓨터 비전 관련 연구를 했다. 학부 연구생이 연구해봤자 뭐 거창한 건 없었다. 교수님께서 하는 프로젝트에 아주 작게 참여를 하며 용돈벌이를 했는데, 연구생들은 교수님이 제안한 주제를 가지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 1회씩 랩미팅을 가지며, 일주일 동안의 결과물을 교수님께 발표했고, 교수님은 우리들의 발표를 보며 피드백을 해주셨다.

나는 한 학기에 20학점씩 들으면서 연구실 프로젝트, 졸업 프로젝트를 병행했다. 이미지를 데이터셋으로 활용하고, 딥러닝 모델을 만들어 실제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컴퓨터비전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딥러닝에 무지했던 나는 이미지를 제대로 전처리 하는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모델을 만들고 학습시키는 것은 구글에 좋은 예제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는건 모델을 학습시켜봤다고 나 딥러닝 할 줄 알아요~ 할 수는 없다는 것). 하지만 그 원리나 코드들을 분석하는데에는 수학적인 지식도 요구했고, 공부 자체가 어려워서 꽤나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파이썬으로 코드를 짰었는데, 남들은 파이썬이 편하다고 하는데 나는 파이썬이 제일 어려웠다. 그 때 짰던 파이썬 코드는 지금 생각해도 좀 별로다. 여튼 학부 연구생과 졸업프로젝트,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안드로이드 공부를 소홀히 했었다. 졸업 프로젝트로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공부도, 최적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 보면 코드가 완전 스파게티🍝라는것(최근에 수정하긴 했다).

그렇게 4학년 2학기가 지나갈 때쯤의 나는, 뭔가 열심히 하긴 한 것 같은데 아는 건 없는 상태였다. 사X인, 원X드, 로XX치 이런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면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자격요건을 봐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갔다. 그때부터 경각심이 들었다. 내가 했던 안드로이드 개발은 실무의 새발의 피도 안되는구나. 이제는 정말 안드로이드 공부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실을 그만두기 직전에는 학부 연구생 한 것을 잠깐 후회하기도 했다. 뭔가 확실하게 잘하는게 있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컴퓨터비전과 안드로이드는 달라도 너무 다른 분야였다. 하지만 지금은, 학부 연구생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연구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수많은 오류에 부딪혔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려들었고, 최종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개인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끈기도 늘었고, 오류에 맞설 때 여러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한마디로 더 성장했음을 느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있어서 재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끈기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꿈꾸며

나는 작년 1월부터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하기로 마음 먹은 것에 사실 큰 뜻은 없다. 본격적인 개발을 안드로이드 앱 개발로 시작했고, 그 때 안드로이드가 꽤나 재밌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는 컴퓨터비전을 배웠지만 그건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뭔가 더 알고 싶지도 않았고, 논문 보는 것도 재미가 없었고.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이상하게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하면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는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취준을 하는데 현타와 경각심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건 취업 공고다. 나는 취업 공고를 보면서 현타도 왔지만 내가 지금 당장 해야하는 게 무엇인지, 또 어떤 기술들을 사용해야 하는지,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개발자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늘 적응해야 한다. 특히 안드로이드는 새로운 버전이 꽤나 빠른 속도로 나온다. 구글 개발자들은 진짜 밥 먹고 코딩만 하나, 버전좀 작작 내주.. 여튼, 늘 최신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은퇴할 때까지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코딩테스트에 약해서 네카라쿠배당토(요즘엔 오(늘의집), 직(방)이 추가된 듯 하다)는 애초에 생각도 안했다. 거기는 천상계라고 생각한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형 IT 기업에 가고싶어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갈 수 있진 않지 않은가. 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일도 빡세지만 자사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도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공부 및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포트폴리오 및 이력서도 계속 수정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참 재밌긴 한데,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신입을 잘 안뽑는다. 당장 사람X, 원티X, 로켓펀X에 들어가봐라.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검색한 다음 '신입'으로 필터링하면 공고가 절반 이상 삭제된다. 또 신입을 뽑긴 뽑아도, 복지좋고 괜찮은 회사들은 자격요건이 경력직 수준이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서 잠깐 낙담하기도 했지만, 낙담하고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고 있는 시간이 아깝다! 최근 3개월간 꽤 많은 라이브러리들을 공부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봤다. 핫한 Jetpack 라이브러리(LiveData, Room, ViewModel, AAC, Navigation, DataBinding)들과 비동기 프로그래밍(RxJava, Coroutine), 네트워크 통신(Retrofit), DI 프레임워크(Koin, Dagger Hilt), Clean Architecture 등.. 여러개를 많이 다뤄보긴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비동기 프로그래밍 및 DI 프레임워크, 클린 아키텍처는 정말 더더더 공부해야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20대 초~중반의 나를 돌아보니, 그래도 꽤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한 것 같다. 종종 이렇게 일정한 텀을 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난 아직 실력이 부족하지만, 실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지금 가진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벨로그에 글도 꾸준히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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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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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6일

좋은 안드 개발자 되실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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