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마지막 날로 넘어가는 새벽에 코딩을 하고 있었다. 연초에 작게나마 빌었던 것이 '개발이 재밌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였는데, 지금은 꽤 재밌게 하고 있다. 객체지향에 공감하고, 지금 하는 프로젝트도 자바라서 더 재밌게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잠도 오지 않으니 쉴 겸 올해 회고해보고 내년을 내다보았다.
! 글 내용 중 '@'로 시작하는 아이디는 42서울에 소속되어 있는 카뎃(교육생)의 인트라id를 의미합니다욤. :)
- Done
- 숱한 탈주 : 탈주 뒤 스스로를 부검하고 자기관리 시작하며 개선하기
- 42서울에서 공통과정을 마무리하고 멤버가 되었다.
- 4월에 1년 동안 했던 42서울 코알리숑마스터를 마무리했다.
- 많은 사람이 다녀간 바베큐 홈파티를 기획하고 주최했다.
- 취미로 자전거를 시작했다.
- will do
- 알고리즘과 CS를 정말 깊이 이해하고 개발 실력 면에서 성장하고 싶다.
- 커리어에서 주력으로 삼을 도메인을 결정하고 싶다.
- 42서울에서의 심화 과정을 도전해보고 싶다.
- 내년 공채를 거머쥔다.
우선 엄청나게 많이 일을 벌이고, 엄청나게 많은 탈주를 했다. 그 과정에서 잠깐이나마 안 좋은 인상을 준 것이 너무 후회스러운 점 중에 하나였다. 연중에 했었던, 학교 교내 탁구매칭 플랫폼인 '42GG' 팀 백엔드 작업이 대표적이었다. 변명하자면 당시에 벌여놨던 일들이 겹쳤고, 백엔드 팀 스펙이었던 자바스프링은 처음인 데다 너무나도 낯설었고, 그걸 미리 준비할 멘탈이나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한두 주 하다가 탈주를 했다.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잘 크고 잘 런칭하고 잘 되어서 순항 중이다. 나만 빼고 😭
그렇게 연초에 탈주를 벌이고 벌이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42gg를 나오면서 스스로를 부검해보았다. 42gg에 참여했던 나를 부검하면서 나온 것이 위의 세 가지 변명이었다. 생각하다가 나온 해결책은 단순했다. 해야 할 일들이 겹쳤다면 일정을 정리하면 되었고, 처음 써보는 스텍으로 뭔가를 한다면 미리 생각했던 수준 이상으로 준비하면 되었다. 멘탈에 여유가 없다면 그걸 해소할 장치들을 마련하면 되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솔루션은 저마다 하반기에 42서울 이너서클을 마칠 때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솔루션을 아래에서 처음으로 적용해보았다. 지금은 그런 열매를 맛보니 작은 책임감이 생겼고, 탈주하지 않을 수 있는 스킬셋이 생겼다. 이제 이 스킬들을 레벨업하면서 성장해나갈 일만 남았다! 😎 프로젝트에서의 나는 실패했었지만, 연말인 지금의 나는 다른 실패를 더 이상 만들지는 않을 수 있을 스킬을 갖추었다는 게 수확인 것 같다.
그런 숱한 탈주 끝에 마음을 다잡고, 42서울의 이너서클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나보다 더 뛰어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함께하는 사람과 이끄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블랙홀에 사라졌을 것이다 (퇴학당했을 것이다... 이 말이다). 이 지면을 빌어서 5 서클에서 개발자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한 마디를 보태고 응원했던 갓갓 @jseo님과, 함께 마지막까지 달린 팀원인 @kyuhkim님, @seongcho님, @dohykim님, @swang님, 그리고 도움을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다.
올해 초만 해도 저 7개의 서클 중 3번째 서클을 깨고 쉬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꽤 많은 서브젝트와 시험을 클리어하고, 42서울의 정식 멤버가 되었다. 더 이상 블랙홀 제도로 일정 기간 과제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제명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강제성은 없지만, 여전히 아우터 서클의 심화 과제를 하고 있다.
2년 동안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개발은 깨작깨작했지만 깊은 원리는 몰랐던 나에게 7개의 서클은 CS와 시스템 프로그래밍 전반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객체지향은 제법 많이 재밌었고, Nginx 비슷한 웹서버를 만들어보는 webserv 서브젝트에서 wireshark 등등으로 패킷을 까보면서 디버깅했던 경험이나 ft_containers 과제에서 cpp의 컨테이너 구현체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기존 라이브러리 등을 뜯어봤던 경험 등등 많은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나 c/c++에 많이 익숙해지고, 이제는 얼추 컴퓨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었다면 되었을까?
42서울에 대한 후기는 아우터 서클 중 자바 프로젝트 3개가 끝나고 나서 한 번 자세하게 써볼 예정이다. 특히나 앞으로 올 사람들을 위해. 늦어도 1월 중에!
그 말고도 개발 관련 해커톤도 여럿 나갔는데 모두 색다른 경험을 했다. setjmp.h를 이용해서 c 언어에서 exception을 구현해보는 개발 실습 교재를 만들어본다던가, 보드게임을 하는 간단한 봇 에이전트를 만들어본다던가…
42서울에서 학생 대표에 해당하는 코알리숑 마스터를 마무리했다.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기관인 42서울에서는 학생회가 없는 대신에 학생에 해당하는 카뎃 중에서 4명을 뽑아 학생 대표에 해당하는 코알리숑 마스터를 세운다. 작년 5월에 선출되어서 10월에 2선에 선출되었으니 딱 1년을 했다. 하면서 정말 다사다난했고, 욕이든 칭찬이든 많이 먹었지만 그나마 잘 마무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
1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2선의 6개월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클러스터가 열렸다가 닫히고, 코로나 때문에 신입생 모집 기간이 밀리고, 그 여파로 42서울 본과정의 평가제도가 본래 운영진이 의도한 대로 공급이 적체되고, 그러면서 해를 넘기고 봄이 되며 코로나에도 서서히 오프라인의 폭이 넓어지는 등의 일이 있었다. 함께 했던 나는 1선 때와는 달리 뒷선으로 물러나고 주로 exception 체크(라고 쓰고 '딴지 거는 태클러'라고 읽자)로 있었다. 하하. 그래도 주도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교육으로 전환하고 확장하는 중요한 시기에 집단의 변화를 목도하고 영향을 주고 함께할 수 있었다.
마스터로 있으면서 대외적으로 홍보를 하며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것은 덤이었다. 덕분에 방송이나 영상촬영도 짧지만 여러 번 탔다. 마스터를 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하반기 DevRel 수시채용이라도 뚫어볼까 했지만... 떨어졌다! 헤헤 🙄
1년 동안 누군가의, 또 어떤 집단의 얼굴로 있는 것이 보람차기도 하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모든 순간이 귀했다. 그러면서도 모자란 사람이 42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저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여러분이 있어서 버티어 설 수 있었어요"
또 하나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직접 '바베큐 파티'를 주최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해본 경험을 해보았다.
올겨울 들어오면서 실제로 클러스터가 열리고, 새로운 기수들이 들어오면서 42서울이라는 집단을 바라보며 고민이 생겼다. 매 기수마다 250명이 들어오지만,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친해지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내성적인 사람은 더 숨어들기 쉽고, 피어 그룹은 더 작아져서, 마치 하나의 기수가 아니라 100여 개의 피어 그룹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각각의 피어 그룹은 잘 섞이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섞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때에 본격적으로 공부한 게 바베큐였다. 눈에 확 끌 만한 아이템으로 작은 피어 그룹 여럿을 매칭시켜서 "친해질 기회를 만들면, 이들이 42서울에 다시 돌아가서 좋은 케미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장소는 옥탑방이었던 자취방. 장비를 구매해서 홀로 이것저것 만들어본 뒤에, 가장 쉽게 했던 스페어립을 메인 아이템으로 삼았다. 겨울부터 레시피와 이것저것 공부했고, 날이 더워지는 6월부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해서 9월 말까지 거의 총인원 백여명 이상이 다녀간 파티를 주최했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던 @wonkim님이나 @jkong, @smun, @hdoo님과 같은 42서울 카뎃들이 없었다면 모임이 길게 못 갈 것이었다. 덕분에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11월에는 교내 동아리 중 하나였던 '월간운동'에서 주최하는 엠티에도 함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sikang님이나 @jmaing님 등등등등 같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했던 경험은 정말 귀하게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주었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식곤증도 심해지고, 자주 체력이 없어서 늘어져 있었기에 '이러고 있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그래블 자전거를 싼 걸로 하나 샀고, 42서울 학습장까지 '자출'을 시작했다. 신림에서 자전거도로를 타고 강남 개포동에 있는 42서울까지는 30km 조금 넘었으니, 하루에 적어도 5~60km를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가 했던 것이다. 인제 보니 엄청난 수치네 😏 이렇게 자전거를 타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체력도 기르고, 살도 빠지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렇게 여러 번 타고나니 의정부나 팔당호, 인천아라뱃길과 같은 장거리 주행에 흥미가 생겼고, 하나하나 코스를 정복해 나가는 재미도 누렸다. 길이 얼기 전에는 주말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으로 의정부에서 부대찌개를 먹고 다시 한 바퀴 돌고 오후에 집에 들어오는 100km 코스도 만들었었다. 지금은 다시 길의 얼음이 녹는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2023년에는 뭐할지 생각해보았는데, 지금은 개발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싫지 않다. 😇
내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이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행복하게 보내었으면 좋겠다. :)
제킴 바베큐 궆는다고 수고 많았습니다.~ 계속 기여하다보면 알아봐주고 보상해주는사람들이 생길거에요 같이 힘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