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짧은 회고와 잡담

Jaeho Lee·202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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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회고라기보다는 혹여라도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한 요약에 가까운 것 같지만... (원래 인생을 흘려보내듯이 살아가는 사람이라, 기록이나 회고같은 것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리스펙트하고 있다) 어쨌든 1년간 어떻게 살아오고 있는지 간단히 써 보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1년 넘게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다. 사실 위기에 가까운 순간은 많았다. 개발 팀 자체는 지금까지 다닌 회사 중 아주 좋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 회사 자체의 (어떤 형태로든 해결하기 힘든) 이슈들이 있다. 자세하게 이야기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일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을 어느정도 하는 편이지만, 가능하다면 더 좋은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연락을 주신 분들이 계셨지만, 일단 회사에서 하던 일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드린다는 말씀만 드렸었다. 채용 시장이 굉장히 급랭해버린 상태라, 사실 요즘은 매일 '큰일났다...' 싶은 느낌이긴 하다.

원래는 회사에도 가끔씩 나가곤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거의 재택만 하고 있는 상태다. 출근을 안 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최근 들어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없애고 있는 추세인데, 처음에는 이런 방향성이 다소 반동적이라고 느꼈지만 아무런 근거없이 많은 회사들이 그런 방향성을 채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지금은 중립적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경기도에 매일 출근할 수 있는 여력은 없기 때문에, (비록 판교로 새벽에 전력질주하면 15분안에 도달하는 곳에 살고 있긴 하지만) 아마도 그들과의 거리감은 조금 더 커진 것 같다. 출근하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아무런 의미있는 대면 행위 없이, 앉아있는 것을 전시하기 위해 출근해야 한다면 그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이다.

Next.js를 어쩌다보니 팀의 메인 스택처럼 사용하게 되었다. 아쉬운 점이 무척 많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존 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습 도입하게 되서, 골치아픈 일들이 많았다. Next.js 자체에도 아쉬운 점들이 많긴 하지만, 어느정도 익히고 나니 현재로선 React 앱 개발에 있어 생각없이 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생각이 없으면 안된다.) 누군가가 Next가 new CRA라는 드립을 친 것을 어쩌다 본 것 같은데, 딱 그런 느낌이다. 지금은 어쩌다보니 나보다 훨씬 전문가인 분(들)께 어깨너머로 잘 배우고 있다.

디자인시스템을 3개월 정도 손대면서 또 많은 것을 배웠다. 프로덕션처럼 정신없이 결과물만 내놓으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의사소통과 결정사항의 문서화, 그리고 자동화가 너무나 중요하다. 아마도 디자인시스템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너무 해야하는게 많고 알아야 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나도 경력이 어디 내놓으면 짧다고 할 수준은 아닌데 정말 몇달간 쌩초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지금은 그래도 두번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든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하고 있다. (문제라면 첫번째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다...)

멘토링을 어쩌다보니 계속 하고 있다. 사실 나는 내가 꽤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특히 채용 시장의 급랭으로 어려움을 겪는 졸업생 분들을 접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현재 시장에선 사실 프론트엔드 개발자 자체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어들은 것 같고, 특히 신입은 잘 뽑으려고 하지 않는 듯) 그래서 다음 기수도 계속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 상태다. 개발자가 수요가 많아서 채용이 잘 되는 것처럼 다들 이야기하지만, 사실 실상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오래간만의 여행을 갔다. 태국, 싱가포르, 그리고 며칠전 일본까지 갔다왔다. 회사의 근무환경 덕분에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사실 팬시에 다닐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던 것이었지만...아마 그런 회사에 다시 다닐 행운은 없겠지) 세 나라 모두 최고의 여행지였기에 여행의 내용이 어땠는지는 또 하나의 글감이 될 것 같다. 여름 여행은 슬프게도 안드로이드의 이슈로 사진과 영상을 모두 날리는 참사를 겪었다. 안드로이드의 백업을 신뢰하면 안된다는 것은 확실히 배웠다.

그 외 쓸 수 없는 너무나도 많은 이슈들이 있었는데, 집을 매매한지 어느새 2년이 되었다. 집이 오래되었기도 하나 여러가지 이슈가 펑펑 터져 정말 정신이 없었다. 집은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보면 그 많은 이슈들이 어떻게 다 해결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꽤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한동안은 그냥 돈을 계속 모으며 다음 큰 한방을 노리며 살아갈 것 같다.

2022년 말미에 그간 가지고 있던 베이킹에 대한 꿈을 실현해보고자 5만원짜리 중고 오븐을 하나 샀다. 홈 베이커를 넘어, NYT 기고자들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작은 꿈도 생겼다.

1년간 은둔자처럼 내 일만 하면서 살아갔는데, 2023년은 조금 더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채널도 좀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다 보니 커피챗을 몇번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횟수를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경제 위기니 뭐니 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어둡지만, 2023년은 모두가 더 안전함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이 journal entry를 여기까지 읽은 분이 있다면 내 별 것 없는 삶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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