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김다희·2021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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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완독한 장편소설.
마음이 가난한 날에는 책을 읽는다.
책속의 단어들을 유영하다보면 가난했던 마음이 조금은 풍요로워진다.

밤의 여행자들을 읽으면서 와닿았던 문장들

카메라가 찰칵, 하는 순간 그 앞에 찍힌 것은 이미 인물이나 풍경이 아니다. 시간의 공백이다. 때로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보다 짧은 공백이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연민에도 권태가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색다른 세계가 그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나면, 지금까지 자극받지 않았던 새로운 세포가 마구 자극을 받으면서 사람들은 신선한 아픔을 느끼겠죠. 마지막은,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바로 스토립니다. 재난이 벌어진 후에 사람들이 신문을 뒤적이는건, 재난의 끔찍함을 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 만신창이 속에서 피어난 감동 스토리를 찾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그건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거거든요.

말하자면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 속에서 살아갈 힘, 에로스를 얻는다. 고통은 망막에 새겨졌을 때 강력한 이미지로 인식된다.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이웃을 이미지로 확인할 때, 사람들은 값싼 우월감을 구매한다. 어마어마한 재난 지역을 뉴스로 보며 사람들은 감히 체험키 어려운 숭고를 접한다. 직접적 체험으로서의 재난이 위대한 자연의 숭고를 깨우쳐 준다면 렌즈를 거친 재난은 흥미로운 스펙터클과 다를 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는 진짜 공포이다.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존의 긴장감을 공포로 알고 있던 요나는 사랑 앞에서 진짜 공포를 체험한다.

공포는 '잃을 것'과 '지킬 것'을 가진 자들이 느끼는 슬픔이다. 그것은 언어화되거나 숫자로 환원되었던 어떤 감성이 아니라 강렬한 자극이며 그것에 대한 감수성이었다.

권태로운 연민. 신선한 아픔. 값싼 우월감.
어쩌면.. 인간이라면 자연스레 느낄 수 밖에 없는 당연한 감정들.
이 감정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이 감정에 익숙해지지는 않아야지.
새롭게 감각하고 경계할 수 있도록 해야지.
오래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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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덕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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