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릴 것 같지만, 느리지 않다.

박상준·2022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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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있는 작은 문제들은 애써 외면하고 내가 바라는 이상만 주로 좇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여러 작은 문제들은 돌고 돌아 쓰나미가 되어 나를 덮쳤다.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바란 진전은 그 정도가 아니었기에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봐도 시간이 참 아깝다. 왜 더 정진하지 못했을까. 왜 자꾸 시간을 허비했을까. 왜 그렇게 나약했을까.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은 분명하나, 그걸 핑계로 나에게 너무 관대했던 것이 결국 이런 후회를 만들어냈다. 뭐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2년 전, 나는 웹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은 HTML, CSS를 공부했고, 이어서 자바스크립트를 다루어 보았다. 잠깐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Node JS로 학교 상황판 웹 앱을 만들었다. tailwind css를 적용하여 디자인을 꾸며보았고, open data api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가져와 보았다. express, websocket, axios 등의 기술들을 사용해 보면서 나름(?) 생초짜 티는 벗어나는가 싶었다. 그 다음 단계로 Vue와 React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React로 결정했다. React는 나로 하여금 개발을 처음 공부할 때 처럼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이런 과정들 모두 즐거웠고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 나는 더 멀리, 더 큰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앱을 만들고 싶다. 내가 지금껏 해온 것들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해서는 달리 큰 의미가 될리 없음을 직감한다. 눈 앞의 문제부터 치열하게 해결하자. 그래야 내가 원하는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

2012년, 개발 공부를 접한 이후 나는 공부 자체에 대한 허영에 빠져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지 못했다. 이젠 시간이 없다. 중요치 않은 것은 치워버리자.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자. 적당히 말고, 치열하게 그리고 끝까지 달라붙어서 해 보자. iteach12는 12년도의 내가 새롭게 다짐하며 만들었던 ID이다. 10년만에 ID를 바꿨다. griteach 솔직히 말해서 마음에 든다. 의미도 있고, 내 생각도 온전히 담겨있고.

느릴 것 같지만, 느리지 않다. 조바심 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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