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리눅스 * 그냥 재미로

full_accel·2021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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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리눅스 토발즈, 억세게 운이 좋은 남자(물론 실력도 좋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

리누스가 자랄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어요.
세상에 저래 가지고 어디
변변한 여자 하나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요.
by 안나 토발즈(리누스의 어머니), 머릿말 앞 페이지


이 책을 읽게된 계기

몇년 전에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즈 토발즈의 자서전격인 택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었었다. 그 때는 보안쪽 일을 할 때였다. 매일 쳐다보는 화면이 이 형님이 만든 리눅스 쉘이였다. 개인적으로 뭔가를 배울 때 항상 그 기원을 찾아보곤 한다. 리눅스도 그럴 요량으로 이 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구글링하여 그 책의 이름이 「just for fun」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무려! 국내에 번역서가 있었는데 「리눅스 그냥 재미로」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이미 절판인 상태였다...(이런 일을 몇 차례 겪은 후에 나는 일단 책이 좋아 보이면 먼저 구매를 하고 그 다음에 읽을 지 말지 결정하는 좋은(?) 버릇이 생겼다.)

일에 치이며 몇 년이 순식간에 지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원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시기가 나에게 찾아 왔다. 그래서 나름 독서 우선순위 큐를 만들어 보았는데, 가장 위에 올린 책이 이 책이였다. 열심히 중고서점을 뒤져서 상태가 비교적 멀쩡한 책을 구할 수 있었다.

이 글의 방향

세상에 깔리고 깔린 리누즈 토발즈 찬양글(또는 까는 글)을 쓰는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재밌다고 느낀 부분에 대해서 내 관점으로 정리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리누즈 토발즈는 어떤 양반인가?

내 언어로 풀어 써 보자면
initial D의 후지와라 타쿠미처럼 영재 교육을 받았고 Slam Dunk의 강백호와 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양반.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환경이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나 싶다.

외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CS 영재교육

Initail D는 레이싱을 소재로한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쿠미의 아버지는 한 때 악세레다 좀 밟으시던 분이였으나, 현재는 얌전하게 두부집을 운영하고 있다. 타쿠미는
(녹색 위키 인용) 강제적으로 집안일을 거들기 위해 중1때부터(!) AE86을 타고 아키나를 오르내리며 두부 배달을 해 온 이니셜 D의 주인공. (생략...) 올라갈 때는 두부를 깨지 않기 위해 물컵을 엎지르지 않으면서 빠르게 운전하고, 내려올 때는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속도를 내면서 내려오던 일이 어느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리누스의 외할아버지 레오 발데마 톤비스트(Leo Waldemar Tronqvist)는 헬싱킹 대학의 통계학 교수였다.

리누스는 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의 구식 계산기로 여러 무작위 숫자의 사인값을 구하며 엄청 재미난 시간을 보내곤 했단다...

리누스가 열한 살 무렵이던 1981년에 신형 코모도어 VIC-20을 구입했다고 한다.

코모도어 VIC-20은 가정용 완제품으로 나온 최초의 컴퓨터였다. 십대 초반의 리누스는 무려 1981년도에 그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냥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려 핀란드 대학 탑티어어를 찍는 헬싱키 대학교의 통계학과 교수님이였던 외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서 명령어 하나하나 영재교육을 받았다.

10 PRINT "HELLO"
20 GOTO 10

이런걸 1980년대에 치고 노셨다고 한다.

적당히 경쟁적이고 적당히 지원받는 환경

「위험한 심리학」은 군대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무한도전에 정신분석 특집에 나왔던 저 긴머리 아저씨가 쓴 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슬램 덩크의 주인공인 강백호가 겪은 청소년기가 아주 유익한 환경이라는 설명이였다. 적당히 라이벌이 있고, 도전할 과제가 있고, 주변에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런 환경이 성장하기엔 아주 좋은 조건이라는 설명이였다.

리누즈 토발즈의 주변 환경도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리눅스가 어느정도 뜬 후에 미닉스를 개발한 타넨바움 교수랑 투닥투닥하는 과정에서 더욱 성장했을 것 같다. 추가적으로 여동생이 영어를 잘하길래 자기도 잘하려고 했다고 한다.

강백호 주변에 좋은 친구들과 감독님이 있었듯이 리누즈 주변에는 이메일 그룹에서 support해주던 개발자들과 linux 배포에 학교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허락해준 학과의 조교님이 있었다.

기만자 리누스 토발즈

내 주변에 무려 워싱턴대에서 Physics를 전공한 개발자가 있다. 인성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개발력도 아주 뛰어나서 꼭 같이 일해보고 싶은 개발자이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이양반이 나한테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정말 실망입니다. 당신은 기만자입니다."라면서 기만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내가 하는 짓(개발할 때 모니터 3대를 사용, 노트북 받침대와 포터블 모니터를 항상 들고 다녀서 어디서나 최소 모니터 2대 사용, 방향키도 없는 키 60개 짜리 해괴한 키보드 사용, vscode에도 VIM plugin을 붙여서 사용, 터미널에서 뭐 하는 거 좋아함, 마우스 싫어함)을 보고 코딩이랑 결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였다.

이 글의 제일 처음에서 밝혔듯이 리누스의 어머니는 "세상에 저래 가지고 어디 변변한 여자 하나 만날 수 있을까?"하고 걱정하셨다.

결론적으로 기적(리누스 어머니의 표현)이 일어났다. 기적이 어떻게 일어났냐?
핀란드는 교육시스템이 특이해서 리누스가 원치 않아도 대학에서 조교로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리누스가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는 자기(리누스)에게 이메일 보내기 였다고 한다.(당시는 이메일 자체가 최첨단 기술이였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은 그냥 과제를 했는데, 한 여학생은 이메일로 데이트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 분이 현 리누스 토발즈의 부인이신 라나 토르발스이시다. 그렇게 쉽게 여자친구를 사귀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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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배운 것이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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