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긴 여정의 시작

Bard·2022년 11월 13일
4
post-thumbnail

들어가며

이 책은 Nudge의 저자 리처드 탈러가 쓴 책으로, 행동 경제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담겨있는 책이다.

전에 일했던 Musetown의 이성호 대표님께서 마케팅을 공부하려면 이 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추천해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책의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아모스라는 인물을 소개하게 되는데, 그를 설명하는 말들 중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어서 가져와봤다.

글과 말이 언제나 정확하고 완벽했던, 그리고 책상에는 항상 패드와 연필을 가지런히 놓아두었던 아모스는 그렇게 떠나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아모스는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현명했고,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나도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에서 리처드 탈러에 대해 서술한 문장이 있는데, 이 부분도 인상깊어서 가져오게 되었다.

탈러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최고의 장점은 그가 게으르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장점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을 보고 감탄했다.

대니가 말하길 나는 매우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기본적인 성향을 떨쳐버릴 만큼 흥미진진한 주제들만 골라서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상상속의 인간, 당신은 '이콘' 입니까?

137점 만점의 시험

한가지 탈러가 겪은 사례를 보며 시작해보자.

탈러는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100점 만점에 평균 72점인 시험을 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학생들이 시험이 너무 어렵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사실 다들 알다시피 학점은 절대적인 점수가 아닌 상대적인 비율로 계산하여 주어지므로 사실 평균 점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걸 보고 탈러는 다음 시험을 137점 만점으로 바꾸었고 평균은 96점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험은 100점이 아니라 137점을 만점으로 한다. 이 기준은 이번 과목에서 여러분이 받을 학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더 좋을 것이다.

자 이 사례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경제학자 입장에서 본다면, 100점 만점 중에 72점을 받았을 때보다 137점 만점 중에 96점을 받았을 때 더 기뻐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경제학자의 시선에서 볼 때 학생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었다.

탈러는 경제학 모형의 가상적인 존재와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왔다.

여기에서 문제는 똑같은 인간들인 호모 사피엔스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활용하는 모형, 호모 이코노미쿠스, 줄여서 이콘이라는 가상적 존재를 가정하는 모형에 있다는 것이 탈러의 주장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이 가진 문제점

경제학은 강력하다.

모든 사회과학자들 중 경제학자들이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제학 이론은 몇 가지 핵심적인 가정들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다.

  1. 제약적 최적화 (constrained optimization)
    사람들은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적의 조합을 선택한다.
  2. 균형 (equilibrium)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따라 오르내린다.

탈러는 이런 가정들이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먼저 사람들이 직면하게 되는 최적화 문제는 종종 해결이 쉽지 않거나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직장이나 대출상품, 배우자를 선택할 때, 당신은 과연 모든 경우의 수를 확인하고 그 중 최적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기반들로 삼는 믿음들은 사실 편향되어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는 말이다.

또 137점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 최적화 모형은 이런 많은 요소들을 빠뜨리고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이콘의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도 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콘들로 이루어진 세상을 전제로 하는 경제학적 행동 모형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간 제기된 비판들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어설픈 변명미심쩍은 해명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콘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경제학적 연구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말 중단해야 할 것은 그런 모형이 인간의 행동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라 가정하고, 그런 결함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일이다.

행동 경제학의 탄생, '인간'을 추가하다.

최근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고 전통 경제학의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자하는 창조적인 젊은 경제학자들이 등장했고, 오늘날 이런 노력을 추구하는 분야는 '행동 경제학'이라 불리고 있다.

행동 경제학은 전통 경제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이 아니다.

여전히 경제학의 범주에 속해 있으며, 다만 심리학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과학들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학 이론에 '인간'이라는 요소를 추가해야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런 이론을 기반으로 내놓는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가질 때의 기쁨, 잃을 때의 고통, 무엇이 더 클까?

갈색머리의 여섯 살 소녀와 메사추세츠 병원

다음 두 사례를 살펴보자.

  1. 갈색머리의 여섯 살 소녀의 생명을 크리스마스까지 연장하기 위해 수천 달러가 들어가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
  2. 메사추세츠 지역의 병원 시설이 매출세 부족으로 계속 악화되면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막지 못하는 상황

갈색머리 소녀의 예시에서는 많은 소액 기부들이 이어지겠지만, 과연 사람들이 메사추세츠 병원에게도 관심을 가질까?

벌써 마음이 좀 불편해진다.

병원은 통계적 생명(statistical life) 을 나타내며, 반대로 소녀는 확인된 생명(identified life) 을 나타낸다.

최근에 한국에서 있었던 매몰된 광부들에 대한 긴박한 구조 작업처럼 우리는 때로 확인된 생명들이 위험에 처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 만으로 확인된 생명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기장이나 백신, 깨끗한 식수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보이는 것, 확실한 것'에 생각보다 큰 의미를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치명적인 병에 대한 질문

탈러는 이번에도 두 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1. 지금 당신은 이 강의에 들어오는 순간 치사율 100%의 병에 노출됐습니다. 이 병에 걸릴 확률은 0.1%입니다. 만약 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해줄 약을 판다면, 여러분은 돈을 최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까?
  2. 대학 연구진들이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그 병에 걸릴 확률이 0.1%인 방에 들어갈 자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적어도 얼마를 요구할 생각입니까?

한번 마음속으로 생각해보고 넘어가자.

자, 성인의 사망률을 0.4%라고 가정했을 때, 1번 질문은 사망률을 0.5%에서 0.4%로 낮추는 것이고, 2번 질문은 사망률을 0.4%에서 0.5%로 올리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은 이에 대해서 매우 분명한 예측을 내놓을 것이다. 위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 대답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일반적인 대답은 이런 식이었다.

1번 질문에서는 최대 2,000달러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지만 2번 질문에서는 적어도 50만 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논리적 일관성에도 맞지 않은 대답이다.

1번 질문을 보면 사망률이 0.4%에서 0.5%로 올라간 것은 상황이 2,000 달러만큼 나쁘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2번 질문에서는 최소 5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왜 할인에 집중했을까?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할 무렵 카드사는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유통업체들과 법적 분쟁을 벌였다.

카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유통업체들, 특히 주요소들은 신용카드 사용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려 했다.

물론 카드사들은 이에 반발했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길 원했다.

그래서 카드사들은 초점을 실체에서 형식으로 옮겼다.

그들은 매장에서 신용카드 고객과 현금 고객에게 각각 다른 요금을 요구한다면, 더 높은 신용카드 가격이 정가가 되는 것이고 현금 고객은 할인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 그 반대는 현금 가격을 정가로 삼고, 신용카드 고객들에게 추가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차이는 프레이밍 이라는 개념으로 정의됐지만, 마케터들은 개념이기 이전의 프레이밍의 중요성을 이미 본능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주머니에서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지만,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기회비용일 뿐이다.

소유 효과에 대해서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자산의 일부라는 점에서 탈러는 이런 현상을 소유효과(endowment effect) 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들, 즉 가질 수 있지만 아직 소유하지는 않은 것들보다 이미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된 것들을 더욱 가치있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탈러는 소유 효과가 실제로 존재함을 알았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나는 당선될 줄 알았다니까!'

합리적 선택 모형에 어긋나는 인간의 행동 사례

제프리와 나는 버팔로에서 열리는 프로 농구경기의 무료 티켓을 얻었다. 그 경기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로체스터에서 차로 보통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런데 경기 당일에 거대한 눈보라가 몰아쳤고, 결국 우리는 경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프리는 만일 우리가 그 비싼 티켓을 돈 주고 샀더라면, 눈보라를 뚫고 어떻게든 경기를 보러 갔을 것이라 말했다.

스탠리는 주말마다 잔디를 깎고나서 항상 건초열에 시달린다. 나는 그에게 그냥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시키라고 했다. 하지만 스탠리는 잔디 깎는 일에 10달러를 낭비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그럼 20달러를 받고 이웃집 잔디를 깎아줄 생각이 있는지 물었고, 그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리니아는 어떤 매장에서 시계 기능이 있는 라디오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는데, 가격도 45달러로 적당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 라디오를 집어들자 매장 직원이 10분 정도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 개업 기념으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고 있으며, 거기에서 같은 제품을 35달러에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리니아는 차를 몰고 거기로 가야할까?
또 다른 쇼핑에서 리니아는 TV를 둘러보고 있었고, 역시 괜찮은 가격인 495달러짜리 제품을 발견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점원은 그녀에게 10분 거리에 있는 다른 매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485달러에 팔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리니아는 또 다시 차를 몰고 거기로 가야할까? 같은 질문이지만, 그 대답은 다를 것이다.

리는 아내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값비싼 캐시미어 스웨터를 받았다. 나중에 리는 매장에서 똑같은 스웨터를 보았고, 그냥 기분 좋게 입기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내의 선물에 무척 만족했다. 리와 아내는 항상 공동으로 자금 관리를 하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다른 주머니는 없다.

친구들 몇 명이 저녁을 먹으러 우리 집에 왔다.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면서 오븐에서 요리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요깃거리로 캐슈너트를 큰 그릇에 담아왔다. 우리는 5분만에 절반을 먹어 치웠고, 자칫 입맛을 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캐슈너트 그릇을 부엌으로 치워버렸다. 모든 이들이 흡족해했다.

사후판단 편향

사후판단 편향이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필연적인 결론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음 예시를 통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 상원의원인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큰 지지를 얻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쳤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후판단 편향은 CEO들로 하여금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휴리스틱과 편향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지적 능력은 다분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순한 경험법칙, 즉 휴리스틱(heuristics) 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한번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드루브(Dhruv)가 일반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마 대부분은 이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영미권에서도 들어본적이 없는 이름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드루브는 인도에서 매우 흔한 이름으로, 인도 인구수를 고려해보면 세계에서도 나름 많이 쓰이는 이름일 것이다.

어떤 사건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런 유형의 사건들을 얼마나 자주 떠올리게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경향이 있다.

이는 훌륭한 경험법칙이다.

그리고 휴리스틱의 활용은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제한된 합리성이란 인간에게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제한된 합리성을 사실이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개념으로 쉽게 치부해버린다.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모형이 정확하지 않으며, 그리고 그런 모형들이 내놓은 예측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경제학자들은 소위 오류라는 요소를 그 방정식에 추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부모들의 키를 바탕으로 자녀들의 가능한 키를 예측한다고 해보자.

물론 이 모형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완벽한 예측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에서 오류라는 요소가 등장하게 된다.

그런 오류들이 무작위로 발생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오류들끼리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제한된 합리성에 따른 오류들은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하지만 다음 예시를 보자.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기 사망사건에서 살인과 자살 중 어느 쪽이 더 비중이 높을까?

대부분 살인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사실은 자살에 의한 총기 사망 사건이 살인의 경우보다 두 배나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예측 가능한 실수 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질문을 던진다 하더라도 그 오류들은 서로 상쇄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위의 목록들 모두 체계적인 편향의 사례들이었던 것이다.

다시 목록들로

목록상의 항목들은 또 다른 주요한 특성들을 보이고 있다.

모든 경우에 있어 경제학 이론은 일부 핵심 요소(캐슈너트가 든 그릇이나 농구 경기 티켓에 지불한 금액 등)들이 의사결정에 절대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대단히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그런 요소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인, 즉 SIF(supposedly irrelevant factor) 인 것이다.

하지만 체계적 편향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일부 SIF들은 행동 예측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대니얼 카너먼, 노벨 경제학상 수상 논문의 비밀

전망 이론에 대해서

탈러는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라는 논문을 읽었고, 이 논문은 휴리스틱과 편향에 대한 연구보다 오히려 위의 목록들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원래는 가치 이론이라는 제목이었으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어 아예 무의미한 제목인 전망 이론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한번 다음 질문을 보자.

각각 그 길이가 1마일인 두 철로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두 철로의 반대편 끝점들은 땅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만 서로 마주보는 끝점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철로들이 각각 1인치씩 늘어난다.
두 끝 지점들이 땅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두 철로는 마치 도개교처럼 솟아오르게 된다. 그리고 철로는 매우 단단해서 솟아올라도 직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보자.
이때 한쪽 철로를 보면 밑변이 1마일, 빗변이 1마일 1인치인 직각삼각형이 될 것이다. 이 삼각형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물론 계산기를 이용하면 좀 더 정확하게 풀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자.

사람들 대부분 철로가 1인치 늘어났으므로 2에서 3인치 정도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제 정답은 29.7피트다!

합리적 선택 이론가라면 사람들이 정답을 내놓을 것이라 가정할 것이며, 사람들이 30피트에 가까운 답을 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예측은 실제로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런 사실은 전통적인 경제학에 따른 문제점, 그리고 전망 이론이 제시하는 개념적 해결책의 핵심을 보여준다.

전망 이론은 인간 행동에 관한 단 하나의 이론이 규범적이고 기술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이 논문은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에 관한 이론을 주제로 다룬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합리적 선택을 위한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실질적인 결정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망 이론을 제시했다.

전망 이론은 인간의 행동에 관한 이론이다.

가치 함수에 관한 충격적인 그래프

들어가기 앞서 베르누이의 부의 한계 효용 체감이라는 가정을 살펴보자.

이는 간단히 사람들의 행복(또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효용)은 돈이 많아질수록 증가하지만, 그 증가율은 점점 감소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민감도 체감(diminishing sensitivity) 원리라고도 불린다.

가령 한 가난한 농부에게 10만 달러는 인생을 바꾸어 놓을 횡재다.

하지만 빌게이츠에게 10만 달러는 별 의미가 없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베르누이 이후, 많은 경제학 모형들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부의 한계 효용 체감을 기본적인 가정으로 삼았다.

하지만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초점을 부의 수준에서 부의 변화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변화의 과정에서 삶을 경험하게 된다.

제인이라는 사람이 일년에 8만달러를 번다고 해보자. 그런데 연말에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가 5000달러나 나왔다. 제인의 반응은 어떨까? 자신이 평생 벌 수 있는 돈과 비교해 별로 의미 없는 금액이라 치부할까? 아니다. 제인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와우, 여유 자금이 5,000달러나 생겼어!"

두 사람이 말한 가치 함수는 다음 그래프에 잘 드러나 있다.

곡선의 우측 부분은 민감성 체감을 드러내는 부의 효용 곡선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죄측 곡선 역시 민감성 체감을 동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즉 10달러의 손실과 20달러 손실 사이의 차이는 1,300달러의 손실과 1,310달러의 손실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말이다.

베버 페흐너 법칙

우리가 현재 상태로부터의 변화에 따라 민감성 체감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은 베버 페흐너 법칙(Weber-Fechner Law) 이라 알려진 인간의 또다른 기본적인 특질(심리학의 초기 발견들 중 하나)을 잘 보여준다.

베버 페흐너 법칙은 어떤 변수의 변화에 대한 최소 식별 차이(JND, just noticable difference)는 그 변수의 크기에 비례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30그램 늘었을 때 우리는 그 차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채소를 살 때 30그램은 대단히 중요한 차이로 다가온다.

이러한 사실은 목록 중 한 가지 사례 또한 설명해준다.

495달러짜리 TV를 살 때보다 45달러짜리 라디오를 살 때, 사람들은 10달러를 아끼기 위해 더욱 기꺼이 10분을 투자하려 한다.

TV를 살 때 절약할 수 있는 10달러는 JND 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익과 손실의 차이

사삼들이 이익과 손실 모두에서 민감성 체증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익에서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손실에서는 위험 선호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래 실험을 보자. 괄호 안의 수치는 피실험자들이 실제로 선태한 비중을 말한다.

문제 1

지금보다 300달러가 더 있다고 해보자. 여러분에게 다음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A. 확실하게 100달러를 얻는다. (72%)
B. 50%의 확률로 200달러를 얻거나, 50%의 확률로 하나도 얻지 못한다. (28%)

문제 2

지금보다 500달러가 더 있다고 해보자. 여러분에게 다음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A. 확실하게 100달러를 잃는다. (36%)
B. 50%의 확률로 200달러를 잃거나, 50%의 확률로 하나도 잃지 않는다. (64%)

두 문제가 결과적으로는 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는 문제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확실히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 선호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좌측 곡선과 우측 곡선이 만나는 원점을 중심으로 그림을 살펴보자.

여기에서 이익 곡선보다 손실 곡선이 더 가파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즉 손실 곡선은 이익 곡선의 상승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하강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손실은 이익이 여러분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두 배나 여러분을 슬프게 만든다.

이는 또한 곧 소유 효과를 의미한다.

이렇게 이익이 가져다주는 기쁨보다 손실이 가져다주는 슬픔이 더 큰 현상을 우리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이라고 부른다.

전통 경제학자의 4가지 무기에 대한 반박

탈러는 자신의 연구성과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중세시대의 곤틀릿(두 줄로 늘어선 병사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양쪽에서 매질을 당하는 형벌)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치밀하게 준비했던 방어 전술들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간은 '마치 ~처럼' 행동하는가

간단하게 말해 이 주장은 경제학자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마치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단순한 사례로 '한계 분석' 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한계 비용이 한계 수입과 일치하는 점에서 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한다.

또한 이런 분석을 근로자를 고용하는 문제에도 똑같이 결정할 수 있다.

즉, 마지막으로 고용한 근로자에 대한 비용이 그 근로자가 발생시키는 수입의 증가와 동일해지는 시점까지 기업은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프린스턴의 경제학과 부교수 리처드 래스터는 과감하게도 제조업 사장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지, 어떻게 결정하고 확인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한계와 일치하는' 지점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답한 이는 없었다.

이렇게 반박하자 다시 한계 이론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이 이렇게 말하며 논의를 끝내버렸다.

당구선수가 최적의 궤적을 알려주는 복잡한 수학 공식을 알고 있고 눈으로 각도를 측정하면서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하며 공식을 통해 순식간에 계산해서 그에 따라 공이 굴러가게 하는 것처럼 경기를 펼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우리는 정확한 예측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가설에 대한 확신은 당구선수들이 이런 식으로 친다거나 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대신 이와 동일한 결과에 도달할 수 없다면 그들은 프로가 아니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론에 따른 예측에 대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 논의의 핵심은 경제학은 비단 전문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이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 당구 선수들은 마치 모든 기하학과 물리학 지식을 아는 것처럼 경기에 임하지만 바에서 재미로 치는 일반인들은 제일 치기 쉬운 공을 노리고 종종 실수를 범한다.

그런 일반인들이 쇼핑을 하고, 은퇴에 대비해 저축을 하고,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면, 그들이 전문가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가정은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도 충분한 반박이 되지는 못했다.

인간의 동기와 선호 역전 현상

경제학자들은 동기라는 요소를 크게 신뢰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위험이 높아질 때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도움을 구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행동을 취해야 할 더욱 강력한 동기가 주어진다.

이에 반박하는 '선호 역전(preference reversal)' 이라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 현상은 경제학 이론의 핵심적인 논리 기반, 즉 사람들은 모두 '분명한 선호'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일관되게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만약 이 가정을 폐기해야 한다면, 경제학 이론서들은 첫 장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일관된 선호가 없다는 것은 곧 최적화할 대상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리흐텐슈타인과 슬로빅의 선호 역전 실험

두 가지 선택이 있다.

  1. 상대적으로 확실한 경우 (97퍼센트의 확률로 10달러 받기) - p 선택
  2. 좀더 위험한 경우 (37퍼센트의 확률로 30달러 받기) - $ 선택

먼저 피실험자들에게 어느 경우를 더 선호하는지 묻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확실한 이익을 좋아하기 때문에 p를 선택했다.

그 후, p를 선호하는 피실험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이 p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합시다. 그 선택권을 판다고 했을 때 여러분이 받길 원하는 최저 금액은 얼마입니까?

이어 $ 선택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대다수는 p보다 $를 포기하는 대가로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이 말은 그들이 $ 선택을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피실험자들은 $보다 p를 선호한다고 말해놓고 동시에 p보다 $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신성 모독이다!

그래더와 플롯은 이 실험을 실제 돈으로도 진행해봤다.

그랬더니 선호 역전 현상은 더 자주,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위험의 증가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이다.

학습의 한계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현실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학습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학습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한 연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가령 자전거나 운전을 배울 때처럼 이런 조건들이 모두 충족될 때, 우리는 과정 전반에 걸쳐 사고를 겪으며 학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은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동기에 대한 주장과 모순된다!

한번 다양한 물건 (또는 선택해야 하는 것) 들을 나열해 두고 생각해보자.

  • 카페 음료(매일)
  • 빵과 우유(일주일에 두 번)
  • 스웨터
  • 자동차
  • 주택
  • 직장
  • 배우자(대부분의 경우 기껏해야 평생 1~2회)

우리는 충분한 연습 기회를 통해 올바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이나 대출, 직장을 선택할 때는 연습이나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위험이 높은 일보다 위험이 낮은 일들을 더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다.

시장: 보이지 않는 속임수

그 애매모호한 주장의 핵심은, 시장이야 말로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그런 사람들을 합리적인 행위자로 바꿔놓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 어떠한 논리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속임수는 필연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매몰 비용'에 신경 쓰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저녁을 엄청나게 배불리 먹고 나서도 디저트까지 챙겨 먹는다.

그건 이미 디저트를 포함해 식사비를 모두 지불했기 때문이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마 조금 살이 찔 것이다. 그러나 그 밖에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런 주장의 또 다른 형태는, 경쟁이라는 요소가 기업들을 극대화를 추구하는 행위자로 가차 없이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리가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도 현실 속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결론

행동 경제학이 성공을 거두려면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 영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간단명료한 결론 대신, 위험 수위가 높은 시장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실제의 사람들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제시하는 것만 가능한 수준이다.

profile
The Wandering Caretaker

5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14일

아니 독후감이라니,, 세상에,,

2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11월 18일

심리학도인데 전공을 다시 들여다 보는 느낌이라 반갑네요 ㅎㅎ 유익하게 읽고 갑니다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