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지 1년 5개월만에 쓰는 회고록 1 - 개발자 취업준비 과정

수수·2022년 12월 6일
1

회고록

목록 보기
1/1

반성

개발자로 취업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5개월이 넘었다.

취업 전에는 나름 블로그 글도 열심히 썼는데(이 벨로그가 아니라 티스토리에 썼음), 취업을 하고 나니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항상 회고를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 대한 회고가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자주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한 번씩 나에 대한 회고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전공자의 개발자 취업 준비

나는 상경대 무역학과 전공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항상 열심히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았다. 집에서 쉬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토익 점수 900점 이상을 2번 받고,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면서 스피킹 실력도 쌓았다고 생각했다. 학점은 뛰어나진 않지만 3점 후반에서 4점 초반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내가 졸업하기까지 딱 1학기가 남았는데, "나... 지금까지 뭐하면서 살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열심히 이것저것 공부를 했지만 할 줄 아는 건 없었다. 취업을 위한 준비도 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나는 항상 바쁘게는 살았지만 목표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우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 그럼 사업을 해야겠네? -> 사업을 당장 할 수는 없으니 사업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 -> 개발자를 하면 나중에 사업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 개발자 공부부터 시작해보자...!'

한 편으로는 빠르게 결정을 내린 나의 행동력을 칭찬하고 싶지만 또 한 편으로는 어떻게 이런 단순한 사고를 했나 한심하기도 하다.



나는 우선 남은 한 학기 동안 인터넷 강의를 통해 코딩을 독학했다. 나는 정말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무료 강의로 개발에 대해서 이해해보고자 했고, 6 ~ 7개월 동안 몇 십만원짜리 유료 강의도 한 달에 한 번씩 결제했다.

대부분 강의들은 엄청 쉽게 가르친다고 하더니 사실 그렇지 않았다. (물론 내 머리가 안좋아서 그럴지도...허허)

비싼 유료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서 같은 강의를 3~4번 이상 돌려봤고, 하루에 최소 4시간씩 앉아서 삽질을 했다.

그렇게 봐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아주 조금씩 코딩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HTML, CSS, 파이썬, 장고, 자바스크립트, git & github, vim 등 깊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독학으로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고 조금은 익숙해졌다.



부트캠프

하지만 아무리 독학을 한다고 해도 내가 취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학원의 도움을 받아 취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트캠프는 너무 비싸 국비학원들을 알아봤다. 하지만 국비학원에 대해 검색해보니 10명이면 10명 모두 추천하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추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하는 사람에 따라 달렸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천하지 않는 곳에 6개월 이상의 시간을 쓴다는 것이 오히려 더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이 되더라도 돈을 내고 다니는 부트캠프를 가기로 결심했다.



부트캠프에서는 짧은 기간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많은 경험을 한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정말 코딩과 토론의 연속이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토론은 크게 의미가 없긴 하다)

기본적인 CS지식, HTML, CSS, 파이썬(백엔드 희망자), 자바스크립트(프론트엔드 희망자), mysql, git & github 등 언어 및 기본적인 실무 지식에 대해서 짧은 시간 동안 학습하고, 바로 프로젝트로 들어간다.

사실 나는 독학을 이미 6개월 동안 했기 때문에 다 익숙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오신 분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조금은 여유있게 그 시간 동안 다른 분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뿐만 아니라 처음이라 어려워 하는 다른 분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큰 비용을 치르고 부트캠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취업을 위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실무 지식은 미리 알았지만 직접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어려웠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들이 생소했다.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것은 각각의 흩어진 지식들을 조합해나가는 과정이었다. 동료들 모두 다 초보였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모두가 열정적으로 밤 늦게까지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경험은 정말 즐거웠다.



부트캠프에서 2번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부트캠프의 인턴 과정 중 '브랜디'라는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어드민 페이지의 백엔드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구현해보는 프로젝트를 받았다.

DB구조 설계부터 복잡한 API 작성, 추가적으로 브랜디 팀장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미션 때문에 부트캠프 내에서의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머리를 싸매야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어찌저찌 브랜디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브랜디 팀장님이 나를 좋게 봐주셨고, 브랜디에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내가 과연 이런 회사를 들어올 정도의 지식을 알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최대한 내가 아는 내에서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해보려고 했다.

내가 짠 코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개발자 지원에 대한 동기부여도 그럴싸하게 준비했다.


'그럴싸하게' 준비했다는 말은 사실 내 진심이 아니었다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왜 개발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뻔하디 뻔한 대답을 했다. 정확한 대답은 기억이 안나지만 개발을 즐기고, 더 다양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장렬하게 떨어졌다.

브랜디 팀장님께서는 내가 떨어진 후 "왜 말을 평소처럼 못했냐"며 핀잔을 주셨다 ㅋㅋ

그리고 내가 떨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물론 코딩 실력과 경험의 부족도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기술 면접 이외에 나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셨던 질문들에 정답같은 대답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경력이 얼마 되지 않지만 회사에서 개발자 면접에 참여한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질문을 하다보면 느낀다. 저 사람이 억지로 지어내는 말인지 혹은 진심인지...

나도 그 당시 억지로 지어내는 모습이 다 보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쨋든 그 이후 한 달 동안 개발 스터디 후, 두 곳의 회사에서 합격을 통지를 받았다.

더 공부를 해볼지,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할 지 고민을 했다. 어떤 분들은 최대한 공부를 해서 더 크고 좋은 회사를 가라고 했다. 다른 부트캠프 멤버들에 비해 빨리 합격 통지를 받았기 때문에 더 준비할 수 있는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해서 그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합격했던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했다.

그 당시에는 개발 팀장님도 계시지 않았고, 1년 차 개발자이신 사수님 한 분과 1년 차 앱 개발자분이 계셨다.

심지어 원래 배웠던 파이썬이 아니라 타입스크립트로 개발을 해야했다.

팀장님이 계시지 않고, 아주 작은 규모였던 회사에서의 생활은 재미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나의 고군분투했던 회사 생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작성해보려고 한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