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СегоДаня

Даня[다냐]·2023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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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보낼 준비

의원님 캐리어 빌려다가 짐을 싼다. 당일에 싼다. 그 뭐냐, MBTI가 어쩌고 하는 말이 있더라고. 아무튼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 챙기고... 잊지 말 것 리스트에 적어놓은 건 다 챙겼는데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걸 몇 개 빼먹었다. 그래도 공연 끝나고 고속터미널로 이동할 때 가족이 캐리어 챙겨다주기로 해서, 그 때 같이 가져와 달라고 했다. 대충 목도리와 S펜, 손목보호대 정도? 평소에 공연하기 전에 오늘의 체크 포인트를 삼성노트에 적어두고 공연 때 켜 놓는데, 오늘은 펜이 없어서 손가락으로 썼다. 글씨가 참... 뭐시깽이하다.

아무튼 그럭저럭 챙길 건 다 챙긴 것 같다. 나중에 챙긴 것까지 해서 ㅋㅋ;;; 숙식을 책임져 줄 @판다군을 위한 선물도 이것저것 챙기고. 내려갈 땐 챙겨 가지만 올라갈 땐 없을 짐들이 은근 있다.

공연을 마친 후 통영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가족이 캐리어를 고속터미널까지 가져다준다고 하여 편한 마음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연극 〈체홉 단편〉 ― 「굴」·「아버지」·「적들」·「청혼」

열일곱 번째 공연. (「굴」 누적 8회, 「아버지」 누적 8회, 「적들」 누적 15회, 「청혼」 누적 9회)

공연 준비를 하는데 산타가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리스 수세미를 나눠주신 @효진 배우님과 크리스마스 컨셉의 랜덤 양말을 포장해서 나눠주신 @신영 배우님께 감사를...★

오늘은 공연 시작한 후(...)에 오전 글쓰기를 했다. 뭔가... 인지하지 못 했던 어떤 지점을 인지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좀 길게 써내려가게 되더라.

>>> #27 ⟨불안정⟩

유기공포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내 곁의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질 때 어떤 공포심을 느끼는 게 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야 지난 가을 사당에서 내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난 그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싫었다. 이름도 모른 채 혐오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얼마 전, 하남에 다녀와서 알게 되었다. 그에 대해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는 사이이기도 하다. 다만 그냥 난 그 가을날 그 상황 자체가 싫었다. 난 복지사 선생님이 다른 청년에게 용건이 있어 떠나가는 것에서조차 공허감을 느끼곤 한다.

만성적인 공허감, 젠장. 누군가와 함께 할 땐 괜찮고, 헤어진 후 마음만 함께 할 때도 괜찮지만, 그렇게 헤어지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떠나가는 이에 대해서는 괜찮지 못한 것 같다. 어렵네. 모두가 항상 나에게 동선을 보고하고 이동할 수는 없는 거잖아? 어떻게하면 심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허감이나 공포심 없이 상대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외면하고 있던 증상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인지한 적 있었는지 자체를 모르겠네. 때로는 불편한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삭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방어기제로서 말이다. 가끔 어떤 계기로 그런 것들이 떠오르곤 한다. 아주 가끔이지만. 하여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상담을 거부하던 10여 년 전의 내가 알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갰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그런 정신적 이슈에 대한 의심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보통 사람"으로 섞여들고자 했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교사들은 이제 더이상 책임소재가 없고, 그 이후의 사람들은 내가 상담실에 종종 불려가고 무언가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한 채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제 와서는, 그 때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싶을 때가 있긴 하다.

아 근데 인스타 보는데 다이노랑 코디 문제가 너무 재밌어 보이더라. 물론 난 저런 문제 풀 실력이 안 되긴 함(...). 언젠간 저런 걸 자유자재로 하고 싶다. 유능한 클라이머이고 싶다.

오늘의 커튼콜은 크리스마스 아이템 하나씩 착용하고 했다. 머리삔이나 머리띠 같은 거. 그런 용도로 하나씩 고르라더라. 나는 귀가 안 나오는 두건을 착용하고 있어서 머리삔을 택했다. 삔을 두건에 꽂는 걸로... 루돌프의 그것으로 보이는 귀+뿔을 양쪽에 꽂는 것이다.

통영 가는 버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캐리어와 이것저것을 받아 승차장으로 이동한다. 어제 받은 마카롱을 곰모자 주머니(?)에 넣어놓고 그대로 던져 놨더라. 그치만 집에 왔을 때 너무 피곤했어...ㅋ 원래 짐 싸고 자려고 했는데 그냥 블로그 포스팅만 하고 바로 잤다. 그 와중에 블로그 포스팅은 하고 잔다(...). 그건 ⟨아무리 바빠도⟩의 영역인 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상을 놓치지 않을 하나의 루틴. 그게 블로그 포스팅, 나의 일일 기록이 된 것 같다.

아무튼 19시 40분에 출발해서 4시간 10분 정도 걸린다는데... 버스에서 잠도 잘 못 자고, 그렇다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참...ㅎ 멀미 나지 않을 덩도의 읽기와 쓰기를 가끔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임계치를 넘어버리면 멀미로 인해 고통이 늘어날테니 적당히 해야 한다. 여기까지 쓰는 데 대충 두 시간 걸렸다. 좀 쉬다가 저녁에 나온 주제의 글이나 끄적여봐야겠다.

>>> #28 ⟨낯선 얼굴⟩

몇 번을 만나도 늘 새로웠던, 하지만 이제는 누군지 아는 이들을 떠올려 본다.

여담

오늘은 계묘년 갑자월 병진일, 음력으로는 11월 12일.

배가 고프다. 그러고보니 아침 먹은 이후로 간식에 가까운 무언가 밖에 먹지 못했다. 스콘 하나 받아먹고, 뒷정리 하다가 젤리 조금 먹고, 버스에서 마카롱 하나 먹고. 이러니까 근육량이 안 늘지... 곰이였으면 분명 말레이곰이었을 것이다. 난 반드시 그리즐리가 되고 말거야. 튼실하고 강인한 곰이 되고 말겠어. 어디 강에 가서 연어나 잡아먹어야갰다. 토실토실한 연어가 뛰어오를 때 낚아채는 거다. 그러고보니 가방에 밤양갱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이거라도 먹어야지.

자정 다 되어 도착할 줄 알았는데 걸린다는 시간보다 적게 걸려 23시 30분쯤에 도착한 것 같다. @판다군 자취방에서 적당히 짐을 풀었을 때가 자정 언저리였던 것 같다. 연어 사냥...은 아니고 어디선가 배달해 먹고 짧은 통영 라이프를 시작하기로 했다.

profile
연극인 정단휘 鄭丹輝; 가끔은 출판인; 어쩌면 체육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다른 이야기를 중얼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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