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차에 불참했던 사람들이 있어 특강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 들려주고, 들어주고
- 그림과 글쓰기와 함께 나의 마음에 노크하는 시간
『가만히 들어주었어』(코리 도어펠드, 북뱅크)라는 책을 2차시에 하려고 했는데 한 차시가 줄어서 오늘은 3차시에 하려던 책을 한...다? ―고 하셨는데 한 차시가 줄었다는 공지는 들은 게 없네. 언제 결정된 거지. 그러면 다음 주 수요일에는 특강이 없는 건가? 아무튼 이 책에서 주인공 아이가 겪은 실패에 대해 여러 동물들이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주고, 그 중 토끼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곁에 앉아 있어 준다고 한다. 진심 어린 위로에 대한 이야기라나.
강사님께서 할까, 말까 / 살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는데, 대체로 "말까"를 선택하더라. 나는 원래 오래 고민하고 주저하다 "말까"를 선택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몇 주 사이에 한 친구의 영향으로 좀 더 도전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판다군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그 친구는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요즘 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라고 하시며, 그 중 "나를 위한 일"에 표시해보라고 하셨다. 하루 일과 중 나를 위한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파악해보는 시간이었는데, 나를 위한 일을 늘릴 수 있도록 해보라는 것이다. 근데 솔직히 누굴 위한 일인지 모르겠는 것이 좀 있다. 나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것인지 잘 판단이 안 되는... 그러니까, 일부 SK뉴스쿨 지원자들에게 어그로를 끌고 있다
같은 건 어디로 분류되는 거지? 내일도 서류합격자 한 명 만나기로 했는데 이게 나의 자기 만족과 상대에 대한 관심이 뒤섞인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의 그림책은 『색깔 손님』(안트예 담, 한울림어린이)으로, 컷아웃 기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겉표지를 보고 드는 느낌을 나누고, 지난 번에 그랬듯이 기억에 남는 장면과 그 장면을 보고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겁이 많아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지내는 엘리제 할머니의 일상에 에밀이라는 꼬마 손님이 찾아와 흑백이었던 삶이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이야기다. 에밀의 종이 비행기가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을 통해 엘리제 할머니의 집에 들어오고, 이에 겁 먹은 엘리제 할머니가 그것을 태워버렸는데, 그 날 밤 수많은 종이 비행기의 환상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장면이 나온다. 실체가 있는 공포에서 비롯된 실체가 없는 공포. 난 그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뭔가, 공감된다고 해야 하나.
책을 읽은 후에는 종이과 채색도구, 칼, 풀을 이용한 활동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종이 두 장을 겹쳐 앞 장은 창문 모양으로 오려 뒷 장에 붙인다. 창문 밖에는 두려움을 그리고, 창문 안에는 용기를 그린다. 나의 창문 밖에는 웰컴 프로그램 당시 나의 모습을 그렸다. 까만 마스크, 까만 캡, 여름이지만 긴팔 후드. 그리고 일찍 와도 사람들과 대화하기 보다는 책을 읽곤 했다. 그 옆에는 꼬마 판다를 안고 있는 모습도 그렸다. 나에게 인간 친구는 없고 그저 판다 인형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무 위의 판다도 그렸다. 판다들은 위협을 느끼거나 두려우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 나 또한 심리적으로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판다의 특성을 알고 있는 @판다군과 대화할 때는 공포 상황에 대해 "나무 위에 올라가고 싶었다"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창문 안에는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클라이밍 동아리를 떠올리며, 볼더링을 하는 장면을 그려 놓았다. 사람들과 함께 카페에 가는 걸 즐기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커피 한 잔도 그려놓고, 네 명의 친구들을 그려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작성한 한 단어, Ubuntu. 어느 나라 말인지는 까먹었다. 어떤 공동체 정신을 의미한다는데, 흔히 번역되는 표현은 "그대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 현재의 나를 존재하게 한 나의 소중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당신들이 나를 나무에서 내려오게 했습니다. 푸바오로 치면 강바오 님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라고 주장해본다.
에밀 같은 손님이 문을 두드릴 수는 있지만 두려움의 문을 열고 용기를 얻는 건 자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클라이밍 금단증상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나에게 작업을 걸어오는(?) 헬스장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클라이밍 실력 향상에도 헬스가 꽤나 도움이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비용이 꽤 되긴 하지만 탕진(?)해보기로 했다. 몇 주 전에 받은 창작지원금을 여기에 다 털어넣네 ㅋㅋ;; 창작 활동을 위한 신체 훈련이라고 해두겠습니다.
간단한 면담 후 테스트 같은 걸 좀 하고 기구 몇 개 사용법 배운 후 1월부터 하는 걸로 등록하고 왔다. 기구 설명 잘 따라가는 편이라고 하시더라. 설명하는 걸 헤매지 않고 잘 따라한다나. 헬스 처음 해보는 거 맞냐고... 립서비스 같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확실히 가격대가 세긴 하더라. 그래도 창작지원금 받은 게 있어서 지출이 가능은 한 수준이었다. 이제 1월부터 클라이밍 가던 시간에 헬스 하러 가야지...라고 했지만 고민되긴 한다. "오전-헬스&오후-클라이밍"과 "오전-클라이밍&오후-헬스" 중 뭐가 더 낫다고 생각해? 아무튼 주 3+회 하는 거다. 그러면 그리즐리 같은 튼실함과 강인함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이왕 지출한 거 아주 뽕을 뽑아야지. 그래도 기간 내에 아무 때나 가서 할 수 있고, PT도 정해진 시간에 주 N회 하는 게 아니라 매 정시마다 진행되어 그 시간만 맞춰 오면 아무 때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체력만 받쳐준다면 이론 상 하루에 여러 번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그게 내가 이 헬스장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래 신년계획 같은 거 안 세우는 편이지만, 2024년은 아주 내맘대로 살기로 했다. 다른 거 다 신경쓰지 않고 그저 나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는 느낌. 주저하지 말고, 딱 1년만 이것저것 다 해보자. 그러고나서 판단하는 거야. 항상 주저하다 흐지부지되곤 하는 일상이었지만, 때로는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걸 한 친구를 통해 느꼈다. 그래, 앞서 언급된 "할까, 말까"의 그 친구다. 아무튼 헬스와 클라이밍과 공연을 병행해보기도 하고 정말 별 짓을 다 해봐야지. 아니 근데 진짜 정신 나간 거 아니야??? 나의 1월에는 헬스와 클라이밍과 공연이 공존하고 있다고??????? 근데 너무... 두근두근하다. 아무래도 난 이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장르문학 동아리고 독서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난 역시 신체적 움직임을 선호한다. 내가 말했잖아, 난 가만히 있는 거 못 견디는 인간이라고.
아무튼 혜화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또 짧게 끄적여 본다.
손목닥터9988로 얻은 서울페이플러스 정책지원금을 12월 31일까지 써야 한다는데, 이번 주말 지나면 서울에 없다. 그래서 오늘 책으로 다 털어버리기로 했다. 책장에서 책이 네 권 빠지니까... 그만큼 다시 보충해도 괜찮겠지(?)! 그렇게 또 읽을 책 우선순위큐에 새로운 책들이 enqueue된다. 통영에서 숙식을 책임져줄 @판다군을 위한 책도 좀 사고... 새로 산 책에 Rusty Lake 머그 컵에... 이것저것 챙겨 갈 게 많다. 그런 의미에서 기대해도 좋다(?). 이래놓고 까먹고 두고 가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열다섯 번째 공연. (「적들」 누적 13회, 「청혼」 누적 8회, 「폴렌카」 누적 7회, 「애수」 누적 9회)
공연은 괜찮았다. 오늘이 「폴렌카」 12월 막공이라고 한다. 내년에 이어서 하겠지만. 모니터링에서도 크게 중요하게 언급된 것은 없었다.
공연 전에는 좀 많이 두근두근했다. 아니이이 청년이음센터에서 부재중전화가 있길래 전화해봤더니 카톡으로도 얘기했는데 동아리 관련해서 전화하셨다고... 연말에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혹시 산타세요? 1월 초에 시작하면 1월생으로서, "동아리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생일선물로 받을 수 있을지도? 공연 시작하자마자 「적들」에서 진지해야 하는데 너무 두근두근했다. 그래도 55분까지만 두근두근했다(?). 이런 건 통제가 되는데 애정하는 분들이 객석에 있으면 그건 잘 통제가 안 된단 말이지......ㅎ
오늘은 계묘년 갑자월 갑인일, 음력으로는 11월 10일. 절기 상으로는 동지에 해당하는 날이다.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밧을 기념하는 이들은 율(Yule)이라고 의식을 치르겠지. 나야 뭐 그냥 "율이구나..." 하고 넘어가지만(...)ㅋㅋ;;
45000원, 25000원, 18000원, 27000원, 그러니까 총 115000원인가? 책이라는 게 은근 비싸단 말이지... 대학 교재로 썼던 한 권 빼고는 상태가 괜찮아서 중고로 팔면 몇 만원 정도는 벌 수 있겠지만 아무렴 어때. 난 이 책들이 내 친구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선물로 줄 수 있다. 난 늘 그렇게 살아왔다. 학생 때도 멘티가 밥이라도 사준다는 거 됐다 하고 무보수 멘토링을 지향했던 건 난 그냥 그게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프티콘을 보내준다면 잘 쓰긴 했다(...). 어쩌면 그냥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거에 익숙치 않았던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가능해진지 몇 개월 안 되었으니까. 솔직히 예전엔 단체로 식사하러 가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두세 명의 소규모는 좀 부담스러웠거든. 이건 또 언제 어떤 만남을 계기로 나아졌는지 모르겠네. 요즘도 살짝 어색한 느낌은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막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 듯.
책은 내일 저녁에 만나서 전해주기로 했다. 그 때가 시간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아서. 마침 지역 주민이기도 하니까. 공연이 18시쯤 끝나니까 뭐... 만나서 식사라도 하고 헤어질 수도 있고 그냥 책만 주고 헤어질 수도 있고. 그건 내일 상황 봐서 결정하게 될 듯. 생각해보면 이 사람이 내가 올해 서울에서 만나는 마지막 사적인 만남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좀 의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오늘도 저녁의 글은 집에 와서 작성했다. 사실 공연 중간에 확인하고 생각은 했지만, 글로 정리하는 건 집에 와서 했다.
야 진짜 우린 뭘로 먹고 사냐? 다마고치 시켜줄래? 난 먹고 자고 운동하고 할테니까 돈 벌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