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동아리 〈다운이〉에서 이번에는 클라이밍 일일체험을 하게 되어 평소 가던 클라이밍파크가 아닌 알레클라이밍 혜화점에 가게 되었다. 여기도 아홉 개의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더라. 40분 동안 강습을 받고 그 후에는 자유였다. 강습을 제대로 받은 적은 없지만 간단히는 배웠고 그 후로 한 달 조금 넘은 시간이 지났기에 대체로 아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맨날 성공 여부와 상관 없이 내려올 땐 다운 클라이밍을 하고, 내려 오던 중 도저히 다운 클라이밍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오버행 벽이나 아래 홀드가 난해한 경우를 만나는 게 아니라면 끝까지 다운 클라이밍을 하였기에... 낙법을 한 달 전에 배우긴 했지만 잘 안 쓰는 만큼 어설프더라(...). 오늘 처음 하시는 뉴비 분들이 내려오다 떨어지실 때는 "올라가느라 힘을 다 써서 다운 클라이밍 할 힘이 안 남았을 수 있어요 ㅋㅋ"하며 넘겼지만 사실 난 첫 날부터 특별한 일 없으면 늘 다운 클라이밍 해왔어요...ㅋ 개인적으로 탑 홀드를 제압한 후 다운 클라이밍까지 해내야 그 문제를 완전히 풀었다고 생각한다. 다운 클라이밍이 더 어려운 문제도 있어...ㅋ 그리고 다운 클라이밍 과정에서도 근육은 성장합니다?
아무튼 아래와 같은 형태의 지구력 벽은 사진 및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 보긴 처음이다. 난 클라이밍파크만 가서 다른 지구력 벽도 대체로 그렇게 생겼는 줄 알았지... 홀드 색 상관 없이 테이프 색과 숫자만 따라가는 것. 그리고 발은 아무거나 밟으면 되는. 근데 이거 올라가기 전에 숫자를 다 체크하고 가도 위에서 "다음 숫자 어딨어?!!!" 하며 방황하게 된다. 그 방황하는 시간까지 지구력으로 버티도록 의도된 건가...ㅎ 그리고 어느 발 홀드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 가이드가 없고 감으로 해야 하다보니 뉴비들은 발 홀드 선택하는 것부터가 생각할 게 많아지는 지점일 듯... 너무 어려운 발 홀드를 밟아버리면 당황하겠ㅈ......
기본적인 움직이는 자세, 삼지점, 낙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장 쉬운 지구력 벽을 따라 이동해본 후, 가장 쉬운 난이도 문제 하나와 그 다음 난이도 문제를 풀고 강습이 끝났다. 가장 쉬운 난이도는 강사 님이 먼저 보여주시고 그 뒤로 한 명씩 오르내렸는데, 두 번째 난이도는 보여주지 않고 다 뒤돌아 앉게 하신 후, 아무런 단서 없이 올라가보도록 하셨다. 먼저 도전한 사람은 다시 앞에 보고 구경해도 된다고 하길래 다른 분들 하시는 거 구경하려고 1번 순서로 하겠다고 손 들었다 ㅋㅋ 동아리 담당 선생님 빼고는 다 두 번째 난이도 문제까지 무사히 마치고 강습을 마무리했다.
강습 후 자유시간에는 먼저 난이도 탐색을 했다. 클라이밍파크 기준 네 번째 난이도 하면서 다섯 번째 난이도를 찍먹하며 도전하는 나는 알레클라이밍에서는 어느 정도 난이도가 적절한가. 해보니까 세 번째 난이도까지는 별 무리 없이 올라가고, 네 번째 난이도는 근육을 좀 쓰는 게 느껴진다. 다섯 번째 난이도는... 중간쯤 가는데 완등하기엔 조금 모자라는 정도? 주로 네 번째 난이도 정도 하면 될 것 같았다.
오래 하지는 못 했을 때 오후에 프로그램 참여하는 게 있어서 성북으로 이동했다. 이대로 가긴 좀 아쉬웠는데, 강습권은 기본적으로 일일 이용권이기에, 강습을 받고 클라이밍을 하다가 나갔다 들어와도 상관 없다고 한다. 프로그램 마치고 체력 괜찮으면 돌아와야지...하며 클라이밍장을 떠났다.
지난주 월요일에 이어서 어떤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감정 단어 중 후회라는 단어를 다루었다. 기본적인 진행은 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처음엔 후회를 "아쉬움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성찰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후회의 핵심은 성찰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하지 않고 저렇게 했다면...' 하는 것이 후회다. 그 생각 속에서 자신이 했던 선택을 돌아보고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다른 선택을 상상해본다.
정의를 내리고 이것저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후회에 대한 짧은 글도 작성했다. 내가 쓴 글은 다음과 같다.
발생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그것이 후회로 남을 것인지는 현재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제의 후회가 오늘의 성찰을 거쳐 내일은 후회가 아니게 되기를, 그렇게 후회에 머물러 있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으로 마주하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글을 쓰고 나니, 이 단어의 정의도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성찰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라고 수정하게 되었다. 과거의 선택 자체는 돌이킬 수 없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중 한 가지로 성찰을 통한 성장이 있다. 물론 이건 ''반드시 그렇게 된다'의 영역이 아닌, '그렇게 될 수 있다'의 영역이다. 그리고 후회라는 것은 평생동안 달고 사는 게 아니라, 그것이 '후회'라고 느껴지는 시기의 단편적인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참여한다고 클라이밍장에서 너무 일찍 나온 게 아쉬워 프로그램 마친 후 돌아갔다.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분 중에 낮에 프로그램도 같이 참여하시는 분이 두 분 계신데, 그 중 한 분도 내가 가면 같이 가겠다고 해서 함께 클라이밍장으로 향했다. 다른 한 분은 극구 거절하시더라 ㅋㅋ;;
좀 더 본격적으로 문제들을 탐색하며 플레이했다. 아까 시간관계상 패스했던 것들도 하고... 그런데 확실히 오후 되니까 사람이 늘긴 하더라. 네 번째 난이도 적당히 가능하고 다섯 번째 난이도는 중간까지만 가는데, 여섯 번째 난이도는 시작도 못 하겠더라. 저거저거저거... 나 저런 수준의 스타팅 클라이밍파크 여섯 번째 난이도에서도 봤어... 저거 어떻게 시작해... 라던가. 근데 이곳의 다섯 번째 난이도는 클라이밍파크의 네댓번째 사이 정도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확실히 클라이밍장마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지점마다의 차이도 있지만 업체마다의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오전에는 별로 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오후에 다시 와서 하니 몸을 좀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오버행 지구력도 가장 쉬운 거지만 한 문제 풀었고... 아니다. 두 번째 문제까지 풀었다. 볼더링 벽에서도 오버행을 종종 마주쳤다. 1섹터는 완전 슬랩 벽인데 2섹터와 3섹터에는 오버행과 페이스가 섞여 있는 느낌... 아무튼 하다보니 손가락 가죽 통증이 또 느껴지더라. 아직 이번주 첫 날인데;; 같이 오신 일행 분은 손바닥이 살짝? 까졌는데 온 김에 할 수 있는 만큼 경험해보고 싶다고 밴드 붙이고 이어나가시더라. 그 분은 오전에는 두 번째 난이도까지 하셨는데 오후에 세 번째 난이도까지 올라오셨다.
적당히 한 것 같고 슬슬 배가 고파질 때쯤 클라이밍장에서 나왔다. 아 잠깐, 나의 오늘은 클라이밍으로 시작하여 클라이밍으로 끝난 게 되어버렸잖아...?
오늘은 계묘년 계해월 임오일, 음력으로는 10월 8일. 확실히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이것저것 하는 편이 더 좋은 시기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기 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끼짝끼짝 건드리는 쪽이 더 나은. 이럴 땐 집 밖에 나돌아야지(?).
새삼... 아까 클라이밍장에서 나올 때까지도 안 그랬는데 언제부터인가... 노트북 타이핑을 하는데 등근육에 미묘한 감각이 느껴진다거나 한다. 또 모든 게 새로운 문제라고 신나서 달리긴 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