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미래연극제 공식참가작 3
〈시추〉 ― 극단 문지방
10월 27일 목요일 ~ 10월 30일 일요일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런타임 110분)
10월 29일 토요일 16시, 극단 문지방의 참가작 〈시추〉를 보러 왔다.
무대 위에는 윈형의 물체가 매달려 있다.
이것은 조명을 통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바닥에는 얇은 선처럼 조명이 들어와 있는 게 눈에 띄었는데,
작품 진행 중에 이러한 빛의 선을 이용해 공간을 구분하기도 하고,
여러 선이 얽혀 있을 땐,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시추[試錐]: 지질 조사 등을 위하여 땅에 깊이 구멍을 뚫는 일.
이 이야기는 남극기지에서 시추 작업을 하던 7인의 대원들이 극야현상 기간 동안 겪는 이야기다.
남극의 겨울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
그 기간 동안에는 계절성 정서장애(SAD)를 겪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4명의 연구대원과 3명의 지원대원으로 이루어진 이 남극기지에서는 계절성 정서장애에 대비해, 모든 대원이 극야현상이 시작된 첫 일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에 의료대원 김지혜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이 장면이 각 인물을 소개하고, 또 극야현상 동안의 정서 변화를 보여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짜임새 있게 잘 구현된 것 같다.
극야현상으로 인한 계절성 정서장애 때문일까,
"연구와 지원은 원팀!"을 외치던 기지의 대원들은 점점 정서적으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렇게 극악으로 치닫아야만 했을까.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하였고, 그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비극의 원인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내재되어 있다.
23.5도 기울어짐으로써 남극의 겨울은 해가 뜨지 않는 어둠이 지속되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 또한 약간 기울어지는 것만으로 평소라면 볼 수 있던 것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매게 되는 것 아닐까.
⚠️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사람에 따라 정서장애 트리거를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관람 시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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