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 수업 중에 Thrashing이란 현상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이 현상은 멀티 유저를 수용하기 위해 고안된 시분할 프로세싱의 한계로서 만약 발생하게 된다면 사용자가 컴퓨터를 점유할 수 있는 시간인 타임 슬라이스가 매우 짧아져서 컴퓨터가 그저 사용자를 바꾸는 일만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은 거의 멈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응답 시간을 급격하게 증가시킨다.
내가 이 현상을 언급한 이유는 때때로 나 또한 Thrashing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글쓰기 교양 수업 때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쓰라는 과제를 받은 적 있다. 그리고 꽤나 파격적이게도 나 자신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써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나 많은 생각을 동시에 하려고 했기에 이것이 나를 그저 고민만 하고 생산적인 생각까지 이르지 못하게 했을 뿐이었다. 그렇다, 사람 또한 종종 이렇게 Thrashing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Thrashing에 빠지게 되면 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적으로 살아버리곤 했다.
그렇다면 이런 Thashing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찾아낸 해답은 바로 잠시 멈춰가는 것이다. 잠시 멈추게 된다면, 더 이상 생각이 내 머릿속에 추가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누적된 생각들을 하나씩 점검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저 주입된 생각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생각, 너무 먼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자연스레 정리하게 된다. 이런 정리가 나를 좀 더 나답게 만들며 일상 생활 속에서 망각했던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멈춤은 쉽지 않다. 시간이 주어져도 생각을 멈추기 어렵고, 또한 생각을 멈춰선 안되는 순간들이 계속해서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제로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멈춰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딱 1시간이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강제로 멈춰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하던 일을 다 내팽게 치고 놀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 보자는 것이다. 또한 돌이켜 보며 얻은 깨달음을 글로 꼭 적을 필요성도 느꼈다. 생각은 언제나 휘발성을 띈다. 적어두지 않으면 잊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론 앞으로 꾸준히 잠시 멈춰가는 시간을 갖고,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아마도 글로 적을 깨달음이 이런 식의 글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종류의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자율 주행 로봇과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이쪽에 좀 더 포커스를 둘 것 같다. 글을 줄이며 제발 2월까지 꾸준하게 글을 써나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