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 저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서 벼락치기로 성적은 30%로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3학년에 진학할 고등학교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갑자기 한세 해킹보안과에 지원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게임메이커로 플래시 게임을 개발하고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운영해 보고 컴퓨터 조립도 직접 할 만큼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같이 진학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친구는 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는데 왜 1티어 IT 고등학교인 선린고, 디미고도 아니고 한세고를 골랐냐고 물어보니 단순히 재밌어 보여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렇게 진학하고 한 달이 지나고 돌연 자퇴하더니 나중에는 수능으로 인서울 4년제 대학을 진학 하더군요.
물론 저는 적성에 잘 맞아서 열심히 했습니다. 비록 친구는 자퇴했지만 저에겐 인생의 터닝포인트일 수도 있는 이런 제안을 해준 친구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중학생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공에 한해서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원래 컴퓨터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지식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합격하자마자 C언어도 예습하고 CS 공부도 했고, 10:1 경쟁률을 뚫고 네트워크보안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동아리와 대외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차장 역할을 맡고 전공 점수도 거의 매번 최고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개발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마에스트로 과정이 있었다면 보안 분야에서는 BoB가 유명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2학년 때 도전했었지만 최종 면접 주제로 블록체인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들고 가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케이쉴드 주니어 1기에 합격해서 한학기 동안 보안컨설팅 공부를 했고 수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보안컨설턴트라는 직무를 갖고자 했는데 대부분 자격요건에 학사 졸업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진학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수능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3학년 6월까지 대부분 친구들이 취업을 할동안 도전했지만,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보안 공부를 위주로 했지만 프론트엔드, 백엔드 개발도 했었기 때문에 웹 개발쪽으로 진로를 잡았습니다. 당시에 문화와 대우가 좋아보여 스캐터랩, 29cm 등을 지원했지만 과제와 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시큐어가드테크놀러지(SGT)로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4년 뒤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방통대도 시작했습니다.
SGT는 비밀번호 변경 솔루션을 개발하는 B2B 보안 솔루션 회사였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기술 엔지니어라는 포지션으로 합류했습니다. 주로 하는 업무는 고객사에 솔루션을 구축하고 외부 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주로 python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연동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사내에서 솔루션 설치, 연동 작업등이 익숙해졌고 이후에 공기업, 은행, 공항 등 여러 곳에서 구축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스크립트 작성만 하는 게 아니라 연구소에 있는 개발자분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관련된 업무를 해볼 수 있을지 질문 드렸습니다. python이나 관련된 내용을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한 덕분에 가끔 업무를 할당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신뢰와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연구소에서 퇴사로 인해서 TO가 생겼을 때 내부 추천을 통해서 포지션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코드를 zip 파일로 옮기는 등 개발 환경이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사수님과 함께 Git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활성화했습니다. 이후에는 같이 기술 엔지니어분들에게 python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QA 팀과 업무 소통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 트렐로에서 이슈를 관리하는 등의 노력을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성능 개선과 python3, RestAPI, Celery 등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도입을 시도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없었지만, 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Adobe XD도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디자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아서 많은 연봉 인상과 병역특례 또한 얻을 수 있었습니다.
B2B 솔루션, 그리고 적은 트래픽이다 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이 기술적인 성장에서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느낄 수 있는 B2C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현재 재직중인 모젯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입사해 보니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없었던 디자이너분이 있으셨고, 노션 문서를 보니 기술적으로 새롭게 배울 내용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동료분들은 면접에서 느꼈던 것과 같이 모두 친절하시고 뛰어난 분들이고 갈증을 느꼈던 클라우드 서비스도 다룰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업무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외부 마케팅사가 접근해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주일 만에 백엔드, 프론트엔드, 클라우드 배포까지 모두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React, Django, Nginx, AWS 모두 하나하나 학습해 나가면서 일주일 동안 거의 밤을 새며 막히는 게 있다면 질문 해나가면서 진행했습니다. 무사히 배포와 문서 작성까지 완료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엄청나게 몰입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개발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동료분들은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업무중에도 좋은 의견이 떠오르면 뒤돌아서 토론하고, 점심시간에도 같이 몰입해서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좋은 팀하면 떠오르는 팀은 이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소프트 스킬이 특출나다고 느낀 분이 있었습니다. 킥오프, 전체 회의 그리고 슬랙의 스레드에서 개선할 부분이 보이면 주저 없이 질문을 던지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게 제안하셨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서 기획이 더 단단해지고 개선되는 게 보였고 이를 보면서 저도 단순히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고민하는 개발자가 되자고 느꼈습니다.
이후로도 꾸준히 학습하고 실무에서 적용하면서 기술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습니다. 실제로도 모젯의 오랜 레거시 시스템들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나열해 보면
위와 같은 많은 것들을 저와 CTO님 둘이 해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퇴사한 분을 통해서 공동 창업 제안이 왔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아이디어를 듣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AWS 비용 최적화 프로젝트를 장기간 일정을 잡고 진행했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 개발하는 조건으로 하고 1,000만 원 초기 자금을 지불하면서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3개월간 퇴근 후 새벽 2-3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새벽 3-4시까지 개발하면서 3개월 안에 법인 설립, MVP 출시 어드민 개발, 통계 플랫폼 개발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는 ‘개발자’라는 포지션이면 단순히 개발만 잘해도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창업팀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팀 내 갈등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갈등은 출시 이후에 더욱 심화하였습니다.
지분 이슈나 서비스 방향이 얼라인 되지 않으면서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팀원과 함께 팀을 이탈하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과 번아웃이 왔고 3개월 동안은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회고하면서 깨달은 점은 성공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비전을 얼라인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후로 3개월 동안 퇴근 후에 우왁굳 님 방송을 자주 봤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팬카페에 ‘왁스코드’ 서비스에 이슈가 있으니 개선할 인력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리프레시하는 느낌으로 지원했습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운영자 분과 소통하면서 이슈가 있었던 기존 워커 서버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장애가 발생한 급한 상황이라 익숙한 python으로 구현하고 Docker Swarm과 Redis를 메시지 큐로 사용해서 구축했습니다.
서비스를 개선했더니 카페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유저 반응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번아웃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느 방향으로 성장해야 할지 몰라 슬럼프가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병역특례는 2023년 12월에 복무 완료 예정이었고 방통대도 졸업 예정이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재직자 전형 모집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오프라인 대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현재 슬럼프 상태였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생각해서 대학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천대 최초합, 한양대 에리카 예비합, 인하대 예비탈, 아주대 최초탈의 결과를 받게 되었고 에리카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직장과 병행하면서 화,목,토는 수업을 들으러 왕복 3시간을 이동하며 1학기를 다녔습니다. 과제 중에서 인생의 미션과 비전을 고민해서 교수님과 상담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때를 계기로 제 인생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무의식적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라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왜 내가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가? 영웅이라도 되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고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나름대로 철학책도 읽고 글로 정리하면서 깊게 고민해 보면서 제 인생 미션을 새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진부하지만 ‘역사에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자’ 입니다.
저는 제 존재 가치를 높이고 세상에 영향을 끼칠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칸트의 도덕관에 영향을 받아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더 큰 환경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진출을 비전으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삶의 지도를 작성해 봤습니다.
삶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글또에게 감사드립니다 :)
너무 멋져요!! 앞으로 더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