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즐기기

Broccolism·2022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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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회고록 2. 일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일수록 민간신앙을 굳게 믿게 된다.
(그림 출처: 인스타그램 데브 경수(@waterglasstoon))

우리팀 자리에는 배포 토템이 하나 있다. 어느날 누군가가 쌓기 시작한 이 토템은 프링글스 3개로 시작했으나 점점 그 규모가 커져갔고 결국에는 서브타워를 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글에서는 올 한해동안 생긴 루틴(feat. 아날로그 감성)과 개선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월간 사건사고

투두리스트의 탈을 쓴 운동 일지 달력. 빨간색은 아침 요가, 보라색은 저녁 요가, 노란색은 배드민턴이다.

  • 8월: 코딩 모임 J2KB 7기 시작
  • 9월: 욕조 페인팅 + 배드민턴 동호회 시작 + 광란의 배드민턴 + 스플라스 리솜 여행
  • 10월: 리드잇zine 6호 기고 + 티타임
  • 11월: 대학교 동아리 창립총회 + 여수 여행
  • 12월: 리드잇zine 6호 받아보기 + 연말 결산 + 새 스터디 시작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

  1. 자리에 짐을 내려놓는다.
  2. 노트북과 노트, 사과를 들고 슥 사라진다.
  3. 공용 공간에서 사과를 씹으면서 아래 작업을 수행한다.
    3-1. 이메일 확인하면서 PR 리뷰, 정책 관련 내용 등 자세히 봐야할 부분 새 창으로 띄워놓기.
    3-2. 이슈 목록 보면서 오늘 할 일 리스트업
  4. 시간이 좀 남으면 코드리뷰하기
  5.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일하기

사과 먹는 소리가 거슬릴 것 같아서 자리를 옮긴거였는데 주변이 조용해서 의외로 업무 정리하기 꽤 좋았다. 이걸 몇번 반복했더니 뒷자리 팀원분이 아침마다 회의하시는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사과 먹으러 가는거라고 말씀드렸다.ㅋㅋ

학생 때보다 더 많이 적는 TODO list

무계획의 끝판왕인 내가 TODO 리스트를 적게 된 이유는 단 하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정리가 안 된다.😇 300번 이슈 작업하다가 '아 맞다 290번 그거도 해야하는데' 혹은 '310번 이것도 까먹으면 안되는데', '아참 그 내용 확인해봐야지' 와 같은 생각이 마구 들기 때문이다.

사진을 유심히 보면 아직 체크되지 않고 빈칸으로 남아있는 목록도 있다. 이 리스트의 목적은 '복잡한 머릿속 정리하기'지, '오늘 끝내지 않으면 죽는 일 작성하기'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대하다보니 미완료 할일도 가끔 생긴다. 그럴 때마다 오늘도 나를 과대평가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일은 좀 적당히 적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메타인지는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점점 맡은 일이 다양해질 때

면담 시간에 할 일을 머릿속에 계속 넣고 다니면서 우선순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씀드렸더니, 휴대폰 메모 앱이나 바탕화면 등 계속 눈에 띄는 곳에 적어둔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따라해봤다. 대신 휴대폰 앱이 아니라 회사 책상에 있는 작은 디퓨저 케이스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 모니터 바로 앞, 매일 보게 되는 곳에 있어서 할 일을 까먹지 않게 된다.
    • 휴대폰이 아니라서 쉴 때는 신경 안 쓸 수 있다.
  • 그래서 마음놓고 한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 옆에다 이슈 번호로 같이 적었더니 git checkout 할 때 정말 편했다. (우리팀은 브랜치 만들 때 이슈 번호를 사용한다.)
  • 친구가 선물로 준 부로콜리 포스트잇 써먹을 좋은 기회가 되었다. ^~^
  • 작업 하나 끝나면 포스트잇 떼어내서 휴지통에 던지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퇴근하기 전에 하는 일

저녁 식사를 한다. 회사에 출근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밥 때문이다. 얼마나 진심이냐면 주말에 만든 밀키트가 남는 등의 이유로 집에 밥이 생긴 날에는 출근을 하지 않는다. (동기가 언제 재택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어찌됐든 잘 먹는게 최고다. 퇴근하고나서 운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저녁은 웬만하면 챙겨먹고 간다.

식당으로 내려가기 전에 하는 일은 크롬 창을 다 닫고 노트북을 닫는 것이다. 그 전날 했던 일을 '내일도 봐야해!'라면서 그대로 남겨놓고 다음날 회사에 돌아오면, 반드시 이걸 끝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규칙이 발동되면서 그 날 할 일 목록도 코드리뷰도 이메일 확인도 모두 제쳐두고 그것만 하게 되었다. 할 일이 진짜 딱 1가지만 있을 때는 괜찮지만 보통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해로운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IDE, 메모 앱, 임시 저장 파일이 있는 앱을 빼고는 그 날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가는 편이다.

집에서 하는 일

행복 저금통


작년 이맘때쯤 행복 저금통이란걸 발견했다. 좋은 일 생길 때마다 날짜와 기분, 있었던 일을 적은 쪽지를 하나씩 넣는 저금통이다. 왼쪽 종이뭉치(원래는 다이소에서 영어 단어장으로 팔리고 있었다.ㅎ) 하나로 계속 저금했는데, 높이를 재 보니 1/3은 쓴 것 같다.

생각보다 회사와 관련된 쪽지가 많아서 놀랐다. 약 50장 정도 되는데 그 중 12장에 팀원들이 등장하고, 5장에 개발 관련 이야기가 등장했다. 틈새 홍보를 하자면 그 5장 중에 교보문고 리드잇zine 6호에 기고한 이야기도 들어가있다.^~^

사이드 프로젝트

회사 일을 하다보니 깃헙 잔디 관리가 쉽지 않다.🥲 플러터 프로젝트와 사내 인프라 활용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둘 중 하나는 후딱 끝내고 나머지에 집중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이런 일을

👍 DOs

  • 위에 적은 것처럼, 업무 루틴이 생겼다.
  • 말로만 들었던 여러 개발 도구와 플랫폼을 사용해봤다.
    •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널렸다는걸 몸소 느꼈다.
    •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수십번 했다.
  • 스터디, 사이드 프로젝트, 사내 주니어 개발자 발표, 워크샵, 모각코, 블로그 운영, 리드잇zine 잡지 기고, 메일을 통해 성사된 출판사 기획자분과의 티타임 등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 내가 어떤걸 좋아하고 어떤걸 잘 할 수 있는지 하나씩 파악해갈 수 있어 좋았다.
    • 잡지 기고는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과정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하드웨어(잡지)라서 그런 것 같다.
  • 퇴근 후 주 3회 요가와 격주 배드민턴 모임에 나갔다.
  •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근력 운동 적합성이 100명 중 1등으로 나왔다.

👎 DON'Ts

  • 수많은 업보가 생겼다.

    • 일단 이 회의록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회의록보다는 내가 던지는 질문 폭격에 대한 대답이 적힌 파일에 가깝지만.. 이런 파일이 30개는 족히 된다.
    • 이런 업보도 생기고 말았다. '당장은 필요없지만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 모음'. 주말마다 조금씩 손을 댔는데 큐에 input이 쌓이는 속도가 output 속도보다 빨라서 이대로라면 영원히 비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목록이다.
  •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해 진행하면 정신없다.

    • 사내 사이드 프로젝트,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 회사 업무를 병행하기엔 .. 스레드가 부족하다는걸 깨달았다. 하나를 빨리 끝내버려야겠다.🥲

내년에는 이런 일을

  • 회의가 끝난 다음에 바로바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 더이상 위와 같은 업보를 쌓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 아침 루틴은 계속 유지해야겠다.
  • 근력 운동을 해볼까한다.
    • 이유는 뱅샐 유전자검사 결과 때문이다. 😎
    • 하지만 요가도 너무 재밌어서 어떻게 병행할지는 고민이다. 병행할지 말지도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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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도 적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씁니다. 넓고 얕은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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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일

올해도 화이팅입니다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