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수포자를 위한 수학 전반부를 읽고

Felix Yi·2020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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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가 없는 게 아니었다. 배운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마구 쏟아넣었던 수학의 기본 지식의 의미를 밝히고 지식끼리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뿐이더라.

연극, 프로그래밍, 등등 이미 익숙한 추상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를 그냥 수학자들이 정한 규칙대로 표현하면 되는 거 였다.

어제 저녁에 사서 자기 전까지 앞 절반을 읽었고, 지금은 학교 다닐때 증명문제 나오면 왜 이런 알아듣지도 못하는 걸 하냐면서 Skip 하기 일쑤였던 내가 (-1) + (-1) = 0 임을 증명하는 풀이를 적을 수 있고 납득한다.

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시험 점수 변별력 때문에 실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예외적인 문제를 많이 넣어두었단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내가 잘못 알고있던 것들도 발견했다.

제곱근을 제곱의 근으로 생각해서, 제곱 = 근 이런 형태로 알고 있던 것. 이게 대수(수와 식)로 어떻게 표현 되는 지를 모르고 언어 중심으로 상상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관된 지식이 모두 파편화 되어있어서 그렇게 공부하는 게 힘이 들었던 것.

허무하기도 하고 화도 난다. 이렇게 쉽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을.

산수나 수학을 잘해야 할 어떤 동기도 없고, 오직 그것을 피해야할 고통만 있던 어린 시절이 참 아쉽다.

그리고 알게되니 참 재미있다.

이차방정식을 완전제곱식으로 바꾸거나 인수분해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래와 같이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1. 이걸 왜 하지? (갑자기 뭘 나누거나 곱함)
  2. 아닛? 이게 되다니? (원하던 결과가 나옴)
  3. 아~ 이렇게 하는구나 (납득)

이 책에서 대수부분은 했고, 이제 해석이랑 기하부분이 남았다. 기하가 어렵다 하는데 일단 궁금하네.

왜 수학문제를 풀면서 쾌감을 느끼는 지 전혀 이해불가였는데, 이제는 조금 맛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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