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부조리함

Ted·2022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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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부조리함


책 읽는 도중에 갑자기 든 생각에 원래라면 책을 다 읽은 후에 컴퓨터를 켜서 글을 썼겠지만, 오늘은 지금 안 쓰면 왠지 이 생각을 까먹어 버리진 않을까란 걱정에 잠시 책을 덮고 바로 글을 쓴다.

책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노숙자는 어떤 기분일까?

노숙자도 인간이라는 범주에 속하고 한국이라는 곳 ( 이 또한 범주 ) 에서 태어나 비슷한 사고 관념을 남모르게 지니게 되었을 테다.

감정과 생각에 공통점을 동일하게 지녔을 텐데, 그 공통점을 지닌 그들은 처음 밖에 신문을 깔고 앉기 시작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금은 창피함, 자괴감 등의 그 감정들이 익숙해져 무뎌졌을까? 지금도 드문 드문 우울할까? 아니면 계속 우울함을 갖은 채 삶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감정이 우울함인지 파악할 수 없는 건 아닐까?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부모, 다른 환경, 개인의 다른 선택에 의해 누구는 매일에 배고픔을, 추움을, 씻지 못해 남 앞에 서기 민망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게 내 선택에 의한 결과든 태어남과 동시에 정해져버린 틀이었든 현대 사회에 개인의 평범한 생활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식사, 장소, 위생의 결핍이 그들에게는 평범함으로 자리 잡는다.

단순한 물질적인 결핍이 그들을 사회와 동떨어지게 만들고 남 앞에서 자연스레 기죽게 만든다.


부조리하다. 원인을 따지기엔 아무 생각 없이 그들에게 평범하지 않을 걸 다수는 당연시 누린다.

안타까움과 동정의 감정이 이런 생각을 하게 한 건 절대 아니다. 여기에 안타까움과 동정이 요소로써 작용했다면 참으로 내 스스로에게 창피한 일이다.

일을 시작해야겠다. 내 단 돈 만 원, 그들이 손에 쥘 때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는, 설레는, 기대하는 감정이 일시적으로라도 생긴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돈이 없어 많은 돈으로 그들이 바뀔 기회, 희망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환경에 따른 우울함이 더 많을 하루에 목마른 여름 목이라도 잠시 축일 수 있었으면.


부조리하다. 일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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