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구조 쉽게 이해하기

Ariul·2025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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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아는 것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건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기술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쓰는 저의 학습 기록입니다.

컴퓨터공학이라는 거대한 분야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각 개념이 왜 등장했고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단순한 정의나 기능 설명보다 맥락 중심의 흐름과 구조적 이해에 집중했습니다.

비전공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한 쉬운 언어와 비유를 사용했지만, 그만큼 설명 방식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더 좋은 설명이나 보완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피드백 남겨주세요! 😊


컴퓨터는 처음부터 똑똑했을까?

– 계산기에서 만능 기계로, 컴퓨터를 컴퓨터답게 만든 구조 이야기

오늘날의 컴퓨터는 영상 편집, 문서 작업, 게임, 인공지능까지 다 해내는 똑똑한 기계처럼 보이지만, 처음 등장했을 땐 단지 0과 1만 구분할 줄 아는 단순한 계산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기계가 지금처럼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폰 노이만 구조’라는 개념 덕분입니다.


폰 노이만 구조란?

폰 노이만 구조는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계산을 담당하는 장치(CPU)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메모리)를 따로 두자.
그리고 실행할 프로그램(명령어)도 데이터를 다루듯 메모리에 저장하자.
그럼 CPU가 메모리를 순서대로 읽으면서 알아서 실행하면 되지 않을까!?

이건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전 컴퓨터는 어떤 작업을 하려면 그 작업 전용 회로를 직접 꽂거나 연결해야 했거든요.
덧셈을 하려면 덧셈 회로, 뺄셈을 하려면 또 다른 회로를 물리적으로 바꿔야 했어요.

작업을 바꿀 때마다 기계를 조립하듯 다시 설정해야 했던 거죠.

하지만 폰 노이만 구조에서는,
그냥 실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저장해두기만 하면 CPU가 그걸 꺼내서 처리해줍니다.
이제는 기계를 바꾸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컴퓨터가 완전히 다른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에요.


CPU: 컴퓨터의 두뇌

컴퓨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품은 바로 CPU(Central Processing Unit)예요.
모든 계산, 판단, 명령 실행이 이곳에서 이루어지죠. 그래서 흔히 컴퓨터의 두뇌라고 불립니다.

⏱️ 클럭(clock): CPU의 리듬

CPU는 일을 할 때 ‘클럭(clock)’이라는 일정한 리듬에 맞춰 움직입니다. 마치 "하나, 둘, 셋" 하고 박자를 맞춰 일하는 느낌이에요.

이 클럭 속도는 헤르츠(Hz)라는 단위로 표현되는데,
예를 들어 3GHz라고 하면 1초에 30억 번 박자를 세며 일을 한다는 뜻이에요.

클럭 속도가 높을수록, CPU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잠재적인 속도는 더 빨라져요.
(물론, 클럭 속도 외에도 CPU의 구조나 명령 처리 방식도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답니다!)

🧮 ALU와 레지스터: 계산과 초고속 기억

CPU 내부에는 실제 계산을 담당하는 ALU(산술논리연산장치)가 있고,
명령어나 숫자를 잠깐 담아두는 레지스터(Register)라는 초고속 기억 공간이 있습니다.

레지스터는 CPU 바로 안에 있어서 속도는 정말 빠르지만, 너무 작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데이터만 잠깐 저장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기억 장치 계층 구조: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가

CPU는 일을 할 때 다양한 기억장치들과 협력해요.
그 이유는 각 장치마다 속도, 용량, 유지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 캐시(Cache): CPU의 즐겨찾기 메모장

레지스터만 가지고는 당연히 부족하겠죠. CPU가 실제 작업을 하려면 더 넓은 기억 공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를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게 바로 캐시(Cache)입니다.

캐시는 CPU와 RAM 사이에 위치한 고속 기억 공간입니다.
CPU는 최근에 사용한 데이터나 명령어를 캐시에 미리 저장해두고, 다시 필요할 때 훨씬 빠르게 꺼내 쓸 수 있습니다.

RAM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속도가 훨씬 빨라지죠.
캐시는 마치 책상 위에 꺼내 둔 자주 쓰는 파일처럼, CPU가 손 뻗으면 바로 닿는 위치에 있습니다.

캐시는 속도와 용량에 따라 L1, L2, L3 단계로 나뉘기도 합니다.
L1은 CPU에 가장 가까워서 제일 빠르지만 작고, L3는 비교적 느리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죠.

📂 RAM(Random Access Memory): 작업 중인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시도 용량이 작기 때문에, 우리가 실행 중인 프로그램이나 파일 전체를 담기엔 부족합니다. 그래서 컴퓨터는 더 넓은 작업 공간인 RAM(Random Access Memory)을 사용합니다.

RAM은 우리가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워드 파일을 열면 그 내용이 RAM에 올라가고, 수정한 내용도 일단 RAM에 임시 저장됩니다.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지만,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실시간 작업에 아주 적합합니다.

🔐 ROM(Read Only Memory): 꼭 필요한 고정 정보

반대로 컴퓨터가 부팅할 때처럼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되는 정보도 있죠.
그건 ROM(Read Only Memory)에 저장됩니다.

ROM은 컴퓨터가 켜질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 명령을 담고 있고, 전원이 꺼져도 남아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 SSD와 HDD: 오래도록 보관하는 저장소

RAM은 임시 공간이니 사진, 영상, 문서처럼 오래도록 보관해야 하는 데이터는 따로 저장해야겠죠?

그걸 맡는 게 보조 기억 장치, 즉 HDDSSD입니다.

HDD(Hard Disk Drive)는 회전하는 디스크에 자석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에요. 저렴하고 용량은 크지만 속도는 느리고 충격에도 약해요.

SSD(Solid State Drive)는 전자식 저장 장치로, 소음도 없고 훨씬 빠르게 작동합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SSD를 쓰고 있어요.

💡 ROM도 전원을 꺼도 내용이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지만, 저장 용량이 워낙 작아서 주로 부팅 시 필요한 기본 명령만 담고 있어요. 우리가 자주 저장하거나 불러오는 사진, 영상, 프로그램 등은 SSD나 HDD에 저장돼요.

🔁 기억 장치는 계층 구조로 연결된다

이렇게 보면, 컴퓨터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억 장치가 계층 구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지스터 → 캐시 → RAM → SSD/HDD 순으로
속도는 느려지지만 저장 용량은 커지고, 정보 보존 기간도 길어집니다.

CPU는 이 여러 저장소를 상황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합니다.


입출력 장치: 사람과 컴퓨터를 이어주는 창구

이제 마지막으로, 컴퓨터는 사람과 소통해야 의미가 있겠죠?
그래서 사람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입출력 장치가 필요합니다.

입력 장치는 우리가 정보를 컴퓨터에 ‘넣는’ 수단입니다. 키보드, 마우스, 마이크처럼요.
출력 장치는 컴퓨터가 작업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수단입니다. 모니터, 프린터, 스피커 같은 것들이죠.


하나의 완성된 컴퓨터 시스템

이제 CPU가 계산하고,
레지스터와 캐시가 자주 쓰는 정보를 기억하고,
RAM이 작업 중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SSD가 장기 보관 데이터를 저장하며,
입출력 장치가 사람과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출발점이 바로 폰 노이만 구조였던 거예요.
이 구조 덕분에 우리는 지금처럼 하나의 기계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컴퓨터를 하나의 회사로 본다면?

조금 더 쉽게 상상해볼까요?

이 컴퓨터 시스템을 하나의 회사🏢로 비유해보면, 각 부품들은 명확한 역할을 가진 팀원🕴️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CPU는 이 회사의 CEO(최고 경영자)예요. 자신의 집무실에서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죠.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판단하고 실행하지만, 직접 많은 문서를 오래 기억하진 않아요.
  • 레지스터CEO의 머릿속에 있는 작은 메모장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숫자 몇 개만 아주 잠깐 기억할 수 있죠.
  • 캐시(Cache)CEO 바로 옆 비서가 들고 있는 자주 쓰는 문서철입니다. 최근에 자주 본 자료를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빠르게 전달해줘요.
  • RAM업무가 활발히 벌어지는 대회의실 테이블입니다. 오늘 처리해야 할 모든 문서와 자료들이 이곳에 펼쳐져 있어요. 실시간으로 수정되고 교체되며,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이 와서 함께 작업하는 공간이에요.
  • SSD나 HDD자료보관실입니다. 오래된 계약서, 백업 자료, 문서들이 차곡차곡 저장돼 있는 곳이에요. 필요할 땐 꺼내지만, 평소엔 손이 잘 안 가요.
  • 입출력 장치는 외부와 연결된 창구예요. 전화 받고, 보고서를 전송하는 창 같은 거죠.

이렇게 보면,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하나의 조직처럼 보이지 않나요?


➡️ Next

다음 장에서는 컴퓨터 속에서 이 조직을 총괄 지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 즉 운영체제(OS)가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알아볼 거예요.

회사로 치면 전략기획실 같은 존재랍니다! 궁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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