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동안 재밌게 읽은 소설책, 덕분에 퀭한 눈으로 차례를 지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안진진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참 진'자가 두 개, '안'의 한자 의미는 무시한 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자신의 성을 부정어로 인식하는, 자신의 이름부터 모순이라고 생각한 25살 여자 주인공이다. 소설의 제목은 내내 전개를 관통한다.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로 결혼 이전까지는 구별하기 힘든, 두 명이지만 한 존재같은 두 명이었다. 결혼 상대의 차이로 이모와 엄마는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엄마는 가난하며 폭력적이고 역마살을 낀 남편을 두었고, 이모는 심심하지만 완벽히 계획적이며 풍요로운 이모부를 만난다. 그렇게 엄마는 고된 삶을, 그 속에서 태어난 진진이었다. 엄마는 아무리 고된 삶이어도 에너지를 잃지 않았으며 이모는 항상 적당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나 지루함을 느꼈다. 안진진에게는 두 명의 사랑의 후보가 있었고 그 두 명은 각각 아버지와 이모부를 묘사하는 듯하였다. 이모와 진진은 많이 닮았으며, 둘은 각별했다. 진진은 모순적으로 현실적이고 낭만적인 것에 혐오를 느끼지만 동시에 낭만을 꿈꾸는 이모를 동경했다. 그렇게 진진은 두 남자와 여러번 데이트를 하며 인생의 계획표가 1분 단위로 짜여진 나영규보다는 가난하고 모험적이며 계획적이지도 않은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꼈다. 소설 후반부에 진진이 나이를 먹을수록 집에 들어오는 빈도가 극히 줄어 그녀가 20대가 되고 난 이후로 그것이 년 단위 이상으로 길어지던 아버지가 5년 만에 중풍과 치매를 가지고 나타난다. 진진의 엄마는 그것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역시 극복해나간다. 이모가 바라본 진진의 엄마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남편의 폭정, 그 험한 경험을 겪으면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그것들을 극복하는 것을 낭만적인 인생인 듯 생각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없는 평탄함의 세월에 우울함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니 이모 자신은 힘들 것도 없어서 평탄한 인생에 할 말도 없다고 느낀 이모는 진진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자살을 택한다. 평탄한 이모의 죽음또한 반전이며 모순이지만 나무랄 수 없었다. 이모를 동경했던 진진은 이모의 죽음을 겪은 후 많은 생각을 거쳐 결혼을 한다. 이모부를 그려놓은 듯한 나영규와. 그것은 나에게 예측 가능한 것에 있어서 모순적인 서사였다. 진진은 이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없었던 것을 선택했다. 만약 그녀에게 없었던 것이 이모의 죽음까지 이끈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해도 할 수 없는 일이며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모순을 그녀는 선택했다. 결국 대부분의 선택에는 모순점이 따른다. 단지 우리는 선택할 뿐이다.
나는 모순을 혐오했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진 악성이라고 여겼음에도 최대한 그것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 소설에서는 역으로 모순이라는 형태를 부각시키고 주인공은 그 불길에 들어간다. 설마 그것이 극단적인 결말을 향하더라도 말이다. 언젠가 엄마가 아팠을 때를 기억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내 이기심과 철없음이라고 자책하던 나는 내 공간을 이타심으로만 바꿔갔다. 그 결과로 타인으로 인한 뒷통수가 얼얼해질 때 즈음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모순을 용인해야 하는 것임에도 나는 모순을 전혀 수용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원래 싫어하는 형태의 모순 외의 당연하게 행하는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순적 형태를, 그리고 타인의 모순적 형태에 수선떨지 않도록 이 소설을 통해 담담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