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스러운 날들

on Melody “HENNESSY”·2023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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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했던 나의

부트캠프를 끝낸지 언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유료로 진행되는 곳에서 했던만큼 어쩌면 취업과 관련한
과도한 환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알고 있었잖아?'

뭐든 쉬운 일은 없는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소극적인 취업 지원 정책이 실망스러운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수료 후 두달 간은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만지며, 내가 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보면서 지냈다.
그 두달을 꽉 채워 열심히 살았다고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그간의 노력에 약간의 운이라도 따라주진 않을까 기대했던 듯.
여러곳 이력서를 내고 구인 공고를 보고 수없이 떨어지면서 이건 경제논리로도 말이 안된다는걸 알았다.

수요와 공급이 애당초 맞질 않는다.

내 스스로를 객관화해보면 커리어에 근본이 없다. 돌이켜보면 인생을 너무 '어쩌다보니?' 방식으로 살았던 것 아닌가?
그리고 나같은 사람은 분명히 이런 부트캠프에 많다. 이제라도 제대로 해보자. 하며 뛰어든 사람들 말이다.
마침 요즘 코딩 광고도 많이 하고 나라에서 지원도 많이 하겠다, 배움에 있어 접근성도 엄청 좋다.
돈이 있으면 유료 코스, 없으면 국비. 뭐든 선택해서 배우기만 하면 취업된다고 그렇게 광고를 하는데
'어중띵한 커리어패스.. 이걸로 한번 제대로 해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근데 그만큼 사람을 구하지 않는다.

당장에 적은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 몸값을 후려쳐서라도 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생태계교란종이 된다.

베스

전공자와의 차이가 있으니 테이블이 당연히 다를 수도 있다. 그래 맞아. 난 현업은 보지 못했으니까.
그렇지만 내 생각은 그러하다. 괜히 생태계교란종이라 했겠는가?
이건 단순히 내가 많은 돈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야 자체의 테이블마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공자도 피해갈 수 없는 평가절하
그리고 그 테이블이 의미하는 것은 내가 가진 기술의 가치이기도 하다.

난 조금 벌어도 야근하고 다 할 수 있어요!

이래놓고 인스타그램에 일하기 힘들다고 글쓸거면 돈 많이 받고 고생하자.

관철중

나도 베스가 되어버릴까 고민도 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던 거. 그거 나였으니까.
그런데 이력서를 넣지도 않은 회사에서 입사제안이 왔다.
'어! 이거 뭐야!'
이것도 잠시다. 처참한 기업평가를 보고 고민하고 진짜 이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나의 모습은 물론 발전도 도모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업평가에 작성돼있던 "뗄감"이라는 그 단어 하나에.
활활 타다가 재가 되어 흩날려질 그런 존재로. 난 회사에 존재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 입사제안을 보고 뭔가 무의식적으로
'나를 왜..?'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둘중에 하나 같다.
하도 떨어져서 자신감이 바닥을 쳤거나, 진짜 내 역량에 대해 자신이 없었거나.

어쨌든 난 이 입사제안이 이제와서는 기회로도 느껴진다. 뭔가 각성이랄까.
'이대로는 안된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내가 각종 서류전형에서 전부 탈락한 이유는 별거 없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여태까지 한 것은 그저 학원에서 찍어낸 공장형 성과다.
'이대로 잘 따라가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내 미래가 불안해서 400이라는 돈으로
그냥 나는 6개월동안 마음편해지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마음먹었고 난 곧죽어도 베스는 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더해서 타언어 위주로 다른 기술들을 익히고 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고 있다.
주도적으로, 난 늘 그런 방식이 잘 됐다.

인터넷에는 여러 성공적인 일화가 넘쳐나서 어떻게 보면 이 글은 낙오된 자의 징징댐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난 아직 성공과 실패의 기로까지 오지도 못했다. 그저 정진과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뿐이지.

고민스러운 날들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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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초보 개발자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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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9일

정리가 잘 된 글이네요.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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